HBSI 한 달 새 20p 급락·서울 아파트값 3주 연속 둔화
강남권 신고가 vs 비선호지 약세…대책 이후 ‘온도차’ 뚜렷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주택사업자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냉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에 수도권 전반의 매수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3주 연속 둔화하고 있으나 강남권 중심의 신고가와 비선호 지역의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 양극화는 되레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11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HBSI)는 전월 대비 20.7포인트(p) 급락한 65.9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충격이 컸다. 수도권 HBSI는 64.1로 한 달 새 31.0p 떨어졌고, 서울은 35.1p 하락한 71.7, 경기(62.8)는 32.0p, 인천(57.6)은 26.2p 각각 감소했다.
HBSI는 주택사업자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경기 개선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주택 공급 및 분양 전망, 자금 조달 여건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사업자들의 기대감을 종합해 산출된다.
주산연은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 확대, 대출 규제 강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재당첨 제한 등이 적용되며 매수·사업자 심리가 동시에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둘째 주(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올라 전주(0.19%)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10·15 대책 직후 역대 최고치였던 10월 셋째 주 0.50%를 기록한 뒤 0.23%→0.19%→0.17%로 3주 연속 둔화한 것이다. 규제 강화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 투자'가 막히면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풍선효과 지역으로 지목된 수도권 비규제 지역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0.52% 급등했던 구리시의 상승률은 이번 주 0.33%로 감소했고, 안양시 만안구(0.25%→0.22%), 화성시 동탄신도시(0.26%→0.25%) 등도 상승 폭이 줄었다. 반면 용인 기흥구(0.21%→0.30%), 수원 권선구(0.13%→0.21%) 등 일부 지역은 강세가 이어졌다.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 가격 온도차는 서울·경기 전역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에서는 성동구(0.29%→0.37%), 용산구(0.23%→0.31%), 서초구(0.16%→0.20%), 송파구(0.43%→0.47%) 등이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성동구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134㎡는 최근 35억8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고,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31억 원), 헬리오시티 전용 84㎡(30억7500만 원)도 최고가를 새로 썼다.
반면 강북구·노원구(각 0.01%), 금천구(0.02%), 도봉구(0.03%) 등은 미미한 오름세에 그쳤다. 경기도 역시 과천·분당 등 인기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는 반면, 평택시는 전주보다 0.22%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10·15 대책 이후 단기적 관망 기조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우상향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로 거래가 감소하면서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구조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결국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신고가와 신저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혼란기로, 시장 메커니즘이 뒤틀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은 오히려 더 관리해야 할 지역(강남·한강벨트)은 재차 반등하고, 규제가 덜 필요한 지역은 더 눌리는 역효과가 나타났다"며 “양극화가 더 고착되는 흐름인 만큼 정부의 규제 방향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6·27대책처럼 급락하는 국면은 나타나지 않고 완만한 둔화에 그치는 것도 공급 부족과 선호 지역 집중 때문"이라며 “정책만으로 수요 구조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승 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