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 유통중기부 기자
“중소기업 정책은 그나마 규모별, 업종별로 세분화가 돼 있어요. 가령 스마트공장 지원사업만 봐도 고도화 수준에 따라 지원 수준을 달리하고 있고, 업종별로도 카테고리가 나뉘어져 있죠. 그런데 소상공인은 그냥 소상공인이라는 큰 범주 안에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정책의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소상공인 성장정책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보편적 지원'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는 업계 주문은 결국은 새로 신설된 소상공인 전담 차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소상공인 790만. 이 안에는 식당을 하는 소상공인도 있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도 있으며, 도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도 있다. 소상공인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묶여있지만, 각 업종이 처한 특수성과 애로사항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음식점업은 원재료 가격 변동에 민감하고, 배달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들에게는 배달 수수료 부담완화, 원자재 공동구매 플랫폼 지원 등이 시급하다. 반면 도소매업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심화와 재고관리 문제, 오프라인 고객 유치 감소 등이 당면과제다. 온라인 판로 지원, 스마트 재고관리 시스템 보급, 지역 기반의 상권 공동 마케팅 활성화와 같은 정책이 절실하다.
업종별 지원에 있어서도 '성장'이냐 '보호'냐를 따져야 한다. 일부 음식점업 종사자는 성장을 곧 '프랜차이즈화(化)'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맹점 관리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확대한다면 결국 또 다른 소상공인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유통사의 PB 브랜드는 소비자의 편익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제품을 개발한 기업들이 자기 브랜드를 가질 수 없고 독자적인 판로개척도 어렵게 된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릴 묘책은 딱 두 곳에 있다. 현장과 데이터다. 아직까지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인 실정지만 그나마 중소기업중앙회가 노란우산 데이터를 활용한 소기업소상공인 정책지표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새로 신설된 소상공인 컨트롤타워가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소상공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전문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