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기업 경쟁력 확보 위해 규제혁신 절실···불필요한 절차도 없애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1 11:00

경총, 규제혁신 과제 238건 발굴·건의···“도전하는 환경 필요”
한경협 “40년 된 ‘동일인 제도’ 법인 중심으로 재설계 해야”
美 싱크탱크는 “韓 경쟁 규제 글로벌 규범과 다르다” 지적

자료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자료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경제계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혁신 및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미국 무역장벽 등 글로벌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정부·국회의 '지원사격'을 요청하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은 최근 238건의 현장 체감형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산업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 규제, 환경·안전 규제, 행정편의적 규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과제는 신규 205건과 재건의 33건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미래 유망산업으로 각광받는 로봇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해 복잡하고 중복되는 인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봇 전담 콘트롤타워를 정부 내에 신설해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기술 융합 및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첨단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단계에서 집중 연구 몰입이 필요한 AI 연구개발 분야에도 반도체 연구개발 같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령화 및 청년층 기피로 인한 건설업의 구조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플랜트 건설업에 비전문 외국인력(E-9) 고용을 허용하고, 비전문 외국인력(E-9)의 단순노무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지·공간적 제약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가 어려운 도심 건축물의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건물용 수소 용품의 지하 설치 금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한정해 시행 중인 병역 대체복무제도를 대기업까지 확대해 달라는 제안도 했다.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차량 설명서 인쇄물의 디지털 전환'과 '주주총회 우편통지서 전자문서화 전환'도 추진해달라고 건의했다.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출처=한국경영자총협회.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AI·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달 초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경제 살리고 기업 활력을 높여달라"며 국회에 '2025년 하반기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를 전달하기도 했다.



법안 발의가 필요한 주요 과제로 노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자 정의가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에는 근로시간 및 상법개정에 따른 배임죄 등 조속한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 등 공정거래법 운영 상 주요 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한경협은 특히 1980년대 도입·유지된 현행 동일인 지정제도가 최근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을 정의할 때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정한 뒤 동일인이 단독 또는 관련자(특수관계인)와 함께 거느린 계열사들을 기업집단으로 포함시킨다. 이때 '동일인'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규정된다.


한경협은 자연인을 제외하고 법인 중심으로 동일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기업집단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공정위가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금액 방식의 현행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기준'으로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들도 우리나라 '규제 장벽'에 대해 일침하고 있다. 다만 각종 규제들이 외국기업에 불리하고 한국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경제단체들의 목소리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아시아정책연구소(NBR)는 지난 13일 발간한 '한국 공정위의 집행이 미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이해: 질적 증거 및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공정위 경쟁정책 집행 방식이 대체로 보호주의적이라 글로벌 모범 사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활동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복적으로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받았고, 현재 한국과 진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기업들의 주요 불만사항으로는 낮은 조사 개시 기준, 정보 제공 및 투명성 부족,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정보 요구, 공격적 수사 기법, 압수수색, 형사 고발의 정기적 사용 또는 이를 통한 엄포 등을 거론했다.


나이젤 코리 NBR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인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비용 부담과 기업 이미지 손실을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정치·산업정책적 압박이 지속되고 글로벌 규범에서 벗어나게 될 경우 이는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저해하는 심각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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