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연구팀, 세계 최초 ‘매운맛 정량화 기술’ 개발… 100년 된 스코빌 척도 대체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28 14:28

- TRPV1 기반 생리반응 측정으로 매운맛 개인차 해결
- 글로벌 K-푸드 확산 속 ‘과학적 매운맛 기준’ 시대 열어

TRPV1 기반 매운맛 정량화 모식도

▲TRPV1 기반 매운맛 정량화 모식도 (자료=한양대)

한국의 매운 라면과 매운 음식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매운맛'을 과학적으로 수치화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100년 넘게 사용된 스코빌 척도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표준 도구가 등장한 셈이다.


한양대 의과대학 정승준·장용우 교수 연구팀은 매운맛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생리반응 기반 매운맛 정량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매운맛은 글로벌 K-푸드의 상징적 요소이지만, 그동안 정확한 표준화가 어려워 학술·산업적으로 제한이 많았다. 특히 불닭볶음면처럼 누적 40억 개 이상 판매된 초매운 라면 제품의 등장으로 매운맛 연구가 활발해졌지만, 매운맛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부정 효과가 혼재하며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매운맛을 정량화할 과학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기존 스코빌 척도는 사람의 주관적 시식에 의존해 편차가 크고, HPLC 분석 역시 실제 체감 매운맛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운맛 수용체 TRPV1의 생리 반응을 기반으로 매운맛을 측정하는 새로운 체계를 확립했다. 캡사이신 농도 변화에 따른 쥐의 행동 반응과 신경세포 칼슘 신호를 계측해 매운맛 강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비선형적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리반응 기반 매운맛 5단계 등급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매운맛이 단순 농도 비례가 아닌, 신경 생리학적 반응의 복합 패턴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결과다.



연구팀은 나아가 TRPV1을 전기 신호로 감지하는 나노바이오센서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개인차가 거의 없이 일관된 매운맛 측정이 가능해, 향후 ▲식품 매운맛 표준화 ▲소비자용 측정 기기 ▲맞춤형 레시피 개발 등 산업적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좌측부터) 정승준 교수, 장용우 교수, 유승원 학생, 김민우 학생

▲(좌측부터) 정승준 교수, 장용우 교수, 유승원 학생, 김민우 학생 (사진=한양대)

공동 제1저자인 유승원(의대)·김민우(디지털의료융합대학원) 학생은 이번 연구에 대해 “매운맛을 생리학적 반응이라는 과학 언어로 해석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승준·장용우 교수는 “이번 기술은 통증·체온조절 등 다양한 감각 연구로 확장 가능한 기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 융합의과학자 프로그램(SGER)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IF 10.5, JCR 상위 2.3%)에 2026년 2월 게재될 예정이다. 논문 제목은 「Biologically Calibrated and Quantitative Spiciness Measurement Based on a TRPV1-Responsive Biosensing Platform」이며, 정승준·장용우 교수가 교신저자로, 유승원·김민우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기술 개발은 K-푸드 경쟁력 강화, 식품 안전·표준화 연구 고도화, 매운맛 산업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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