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무주택자 내집 마련 전략
“급락 기다리기보다 실질적 대응 필요”
대출 한도 고려한 자금 구조 점검이 출발점
신축 부담되면 구축·소형·규제지역 저가대 상품이 대안
3기 신도시 청약·경공매·GTX 역세권 등 루트 다변화 필요
▲서울 한강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연달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공급 감소와 전세 불안이 동시에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망보다는 덜 오른 지역을 노리거나 청약에 도전하는 등 현실적인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이후 전국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은 소폭 줄었지만, 서울은 오히려 상승 비중이 확대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11월 전국 상승 거래 비중은 45.3%였으나, 서울은 같은 달 54.1%로 나타나 전월(52.2%) 대비 상승했다. 영등포·마포·동작 등 도심권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어지며 서울 수요는 여전히 강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점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가 올해 3월 발표한 '입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만7000가구였던 입주물량은 내년 2만4000가구로 크게 줄어든다.
입주 물량 감소는 전세 시장에도 부담을 준다. 신규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전세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 불안이 커질수록 일부 세입자가 매매로 이동하며 전세 수급을 더 압박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 변화 역시 시장 불안을 키운다. 내년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가오면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유예 기간 내 처분하려는 급매성 매물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유예 효과는 일시적이며 종료 이후 매물이 다시 잠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방선거 이후 거론되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전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들이 이를 전·월세에 전가하려 하면서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이 늘고 전세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을 구조적으로 '공급 감소 → 전세 불안 → 매물 축소' 흐름으로 요약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격 급락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 대응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우선, 무주택 매수자들이 가장 먼저 따져야할 요건은 자기자본 점검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은 주담대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여 있어 자금 구조가 곧 매수 가능 지역과 상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방식에만 매달리지 말고 △3기 신도시·공공택지 청약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 분양 △경·공매 △기존 아파트 매입 등 구입 루트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지역별 입주·인허가 흐름을 보면서 공급 공백 지역을 우선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품 선택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공급 절벽이 본격화되면 강남·송파 등 선호지역부터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해진다"며 “신축 부담이 크다면 규제가 강했던 지역의 구축·소형 등 비교적 저렴한 상품으로 눈높이를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연립·다세대나 GTX·신분당선·월판선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역세권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만한 대안으로 꼽았다.
무주택자의 실제 진입 지역에 대해서는 현실적 접근이 강조된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주장이 와도 싸게 사기 어려운 구조"라며 지나친 관망은 오히려 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핵심지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용인 수지·구리·동탄·남양주·송도·검단, 평촌·중동·일산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수도권 지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에게는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등 청약을 꾸준히 노려야 한다"며 “서울만 고집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외곽·신도시까지 선택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