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약개발 기간단축…바이오 5대 강국 도약 ‘지름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02 07:54

AI로 신약 개발 앞당겨 글로벌 10위권→5위권 도약
세계 첫 ‘AI 바이오 국가전략’ 수립 통해 경쟁력 확보

바이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범정부 콘트롤타워 구축,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각종 지원기구 설립, 전용 펀드 조성, 규제 개선 등 전방위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열쇠는 인공지능(AI)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기간을 단축해 조기에 다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글로벌 빅파마를 배출하는 것이 120년 역사에도 글로벌 무대 진출이 더뎠던 우리 바이오헬스산업이 후발주자에서 퍼스트무버로 자리바꿈하기 위한 '지름길'인 것이다.


◇신약 개발 앞당겨 글로벌 10위권→5위권 도약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서 국내 바이오의약산업 대표들과 함께 '바이오 혁신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배출, 글로벌 임상시험 3위를 달성해 세계 5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바이오산업은 의약품(레드바이오), 소재·연료(화이트바이오), 농산품(그린바이오), IT·전자(융합바이오)를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이지만 이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국가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드바이오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3년 1조7387억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의 3배에 이른다. 특히 케미칼(합성) 의약품에 비해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 수출 58억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했다. 향후 5년 내에 글로벌 10위에서 5위로 도약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내걸은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장기 바이오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고위험-고성과 연구기관 '보건첨단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한 'K-ARPA-H', 아일랜드 국립바이오연구기관 'NIBRT'를 벤치마킹한 'K-NIBRT'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규제 개선, 바이오 전용 펀드 조성 등 계획도 야심차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롤모델로 삼는 미국 ARPA-H나 아일랜드 NIBRT에서 보듯이 바이오 강국들은 여전히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AI 기반 건강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만 8억달러 등 총 27억달러를 투자해 '2035년 유럽 1위 및 세계 3대 생명과학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있는 바이오산업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더 과감한 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퍼스트무버로 자리바꿈 하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필요한 셈이다.


이 '지름길'이 바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기존에 신약 1개를 개발하려면 5000~1만개의 후보물질을 발굴해 이 중 10~250개의 후보물질을 추려 이들에 대해 전임상시험을 거친다. 이 기간만 평균 7년이 걸린다. 이 중 약효가 확인된 후보물질들이 임상 1~3상을 거쳐 추려지며 단 1개만 시판되는데 성공한다. 이 과정을 거쳐 신약 1개가 탄생하는데 평균 14년, 약 1조원이 소요된다.


AI 기술은 이 신약개발 과정 중 초기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주로 활용된다. 후보물질 발견부터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ADMET) 예측까지 총 4.5~10년 걸리던 기간을 AI 기술을 활용해 1~2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IT 강국 역량을 기반으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다수의 바이오헬스 분야 AI 기술개발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기술수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KAIST) 등 대학과 연구기관의 AI 개발 역량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바이오 선진국 및 글로벌 빅파마들의 AI 신약개발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일라이릴리와 스위스 노바티스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AI 신약개발 회사 이소모픽랩스와 각각 17억달러(약 2조4000억원), 12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지난해 체결하고 현재 공동 개발 중이다.


미국 바이오텍 인실리코메디슨은 기존 2~3년 걸리던 약물 설계 및 임상전 검증 기간을 약 2개월로 단축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상용화한 상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월 중국 CSPC파마슈티컬스와 53억달러(약7조3000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AI 신약개발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660억달러(약 89조원) 규모의 AI 신약개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2025~2030 제약산업 디지털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 AI 신약개발을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세계 첫 'AI 바이오 국가전략' 수립 통해 경쟁력 확보


업계는 향후 바이오제약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열쇠가 될 AI 기술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18일 우리 정부는 제2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 바이오 국가전략'을 확정, 신약개발, 뇌·역노화, 의료기기, 바이오제조, 농식품(그린바이오) 등 5대 핵심분야에 AI 바이오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칭 '국가 AI 바이오 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AI 바이오 혁신 연구거점' 조성사업을 시작, 2026년 합성신약 분야 시범거점 1곳을 지정하고 2027년 2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AI 바이오 국가전략은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AI 바이오 국가전략 수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철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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