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 ‘해양 탄소 제거’ 기술에 주목
흡수량으론 가능성 있지만 장애물 많아
근본 해결책 아닌 보조 수단에 그쳐야
▲해양 관측선에서 'CTD 로제트'라는 해수 시료 채취 및 관측 장비를 바다로 내려보내 바닷물의 온도, 염분, 수심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로제트(rosette)는 여러 개의 채수병이 꽃 모양으로 달린 관측 장치를 뜻한다. (자료=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쌓이고 있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자들은 CO₂를 바다에 녹여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왔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가 배출하는 CO₂의 약 4분의 1을 지금도 자연적으로 흡수하고 있는데, 이런 바다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강화하자는 연구다.
'해양 탄소 제거(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mCDR)', 즉 바다를 활용해 CO₂를 흡수·저장하겠다는 구상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바다의 CO₂ 흡수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 선택일까. 지난해 발표된 네 편의 주요 연구는 해양 탄소 제거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험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세계 해양의 이산화탄소 연간 흡수량. (단위는 연간 ㎡당 몰수(mol m⁻² year⁻¹)이며, 0.2 mol m⁻² year⁻¹이라면, 이는 연간 ㎡당 약 8.8 g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해당함).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5)
◇ 거품 속에서 드러난 바다의 숨은 흡수 능력
우선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파도가 부서질 때 형성되는 해수 거품이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과정을 정밀 관측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를 '비대칭적 가스 전달(asymmetric gas transfer)' 현상으로 규정했다.
파도에 의해 생성된 미세한 거품이 수압과 함께 붕괴되면서, 이산화탄소가 대기보다 바닷속으로 더 효과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전(全) 지구 규모로 환산한 결과, 기존 해양 탄소 흡수 추정치는 연간 약 3억~4억 탄소톤(CO₂로는 약 11억~15억 톤) 정도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전체 해양 흡수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연구는 바다가 이미 상당한 '자연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것인 동시에 해양 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과학적 기대를 높이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안에서 알칼리도를 높여 탄소를 잡다
자연적 흡수 능력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다의 화학적 성질을 바꿔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도 등장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팀은 지난달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호주 타스마니아 연안에서 수행한 '해양 알칼리도 증진(ocean alkalinity enhancement, OAE)' 현장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해양 알칼리도 증진 실험 연구 지역 및 실험 설계. a. 광범위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의 해수면 온도. b. 태즈메이니아 남동쪽 연안 실험의 알칼리도. c. 태즈메이니아 우드브리지 인근 연구 지역의 수심. d. 항공 사진 위에 중첩된 현장 시험 위치의 개략도. (자료=Scientific Reports, 2025)
▲해양 알칼리도 증진 실험에 따른 해양 산성도(pH) 변화. (자료=Scientific Reports, 2025)
연구팀은 연안 인근 해역에 소량의 수산화나트륨(NaOH, 가성소다)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바닷물의 알칼리도를 높였다. 그 결과, 실험 해역의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이산화탄소만의 기압)이 최대 370마이크로기압(µatm, 1µatm=100만분의 1기압)까지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pCO₂은 공기 전체 압력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몫의 기압을 의미한다. 실험 해역에서 pCO₂가 370 µatm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구 전체 평균인 약 420 µatm에서 12% 감소한 것에 해당한다.
이는 바닷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조건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연구의 의미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연안 환경에서 효과를 검증했고, 하수처리시설이나 기존 연안 인프라와 결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비교적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제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숨겨진 비용, 바닷속 산소 고갈의 위험
그러나 해양 탄소 제거가 언제나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6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탄소 제거가 해양 산소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철분 살포를 통해 플랑크톤 생장을 촉진하거나, 대규모 해조류를 재배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는 이른바 '생물학적 해양 탄소 제거' 방식에 주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보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소비되는 산소량이 훨씬 더 클 수 있으며, 그 손실 규모는 온난화 완화로 얻을 수 있는 산소 회복 효과의 4배에서 최대 40배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저산소화, 이른바 '데드 존(dead zone)'을 확대해 어류와 저서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지화학적 방식은 산소 소모가 거의 없거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완화를 통해 산소 감소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CO₂ 1톤을 제거하기 위해 1톤 이상의 NaOH가 필요하고, 이를 대규모로 적용할 경우에는 화학물질 생산과 에너지 소비, 해양 생태계 교란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NaOH는 강한 부식성·독성 물질이어서 연안 정체 수역에서 투입될 경우 일종의 해양오염이 될 수밖에 없고, 국지적인 생물 폐사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해양 이산화탄소 제거(mCDR) 방법. 분홍색 음영은 각 해양 생물학적 mCDR 활동으로 인해 수층의 호흡이 증가하여 용존 산소가 감소할 가능성을 나타내고, 녹색 음영은 철분 시비 및 인공 용승으로 인해 표층 광합성 증가를 나타낸다. 삽입한 그래프에서는 mCDR로 인한 추가 산소 생성은 녹색으로, 산소 소비는 흰색으로 표시했다. 블루 카본의 경우, 점선은 기준선을, 실선은 블루 카본 투입으로 인한 일주기적 변화를 나타낸다. (자료=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25)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해양산성화 문제 해결하긴 어려워
일부에서는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해양산성화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산성화는 공기 중의 CO₂가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발생하고, 그 결과 pH 값이 낮아진다.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와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달 말 '해양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Marine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양 알칼리도 증진으로 해수의 평균 pH 값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해양 산성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근본적으로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칼리 물질 투입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pH 변동성이 커질 경우, 플랑크톤과 저서생물 등 해양 생물이 오히려 추가적인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성화는 단순한 pH 저하가 아니라 이산화탄소 분압 증가와 탄산계 화학 구조 변화, 생물 대사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인데, 알칼리도 증진은 이 가운데 일부 화학적 지표만 개선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이유로 알칼리도 증진을 해양 산성화 대응과 탄소 제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해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과도한 기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해양 알칼리도 증진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엄격한 생태계 모니터링과 제한적 규모에서만 보조적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을 듯
앞에서 살펴본 네 편의 논문을 종합하면, 해양 탄소 제거는 분명 기후위기 대응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알칼리도 증진과 같은 일부 지화학적 접근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입증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생물학적 방식은 해양 생태계의 핵심인 산소를 고갈시킬 위험이 크며,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 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화학적 방식 역시 알칼리 물질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며, 화석연료 기반일 경우 오히려 순배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셋째, 무엇보다 바다는 무한한 실험장이 아니며, 대규모 개입의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CO₂를 바다에 녹여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양 탄소 제거는 어디까지나 배출 감축을 전제로 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한 채 바다에 부담을 전가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은 여전히 '덜 배출하는 사회로의 전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들 연구는 오히려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