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은 목표 설정이 아니라 ‘이행력’이 성패 갈라”
“2035 NDC는 도전적 목표…관건은 실행과 사후 관리”
“감축만큼 중요한 것이 적응, 재난 대응 넘어 산업·삶의 변화까지 봐야”
“기후적응정책 평가는 예산 집행이 아닌 실제 효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학회는 정책 찬반이 아닌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는 플랫폼”
▲송영일 기후변화학회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전지성 기자
“기후변화 대응은 목표를 세우는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부터는 얼마나 제대로 이행하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이 동시에 가동되는 시점은 한국 기후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회장은 취임 1년을 돌아보며 가장 큰 변화로 학회의 다학제적 확장과 국제화 기반 구축을 꼽았다. 그는 “기후변화는 과학·공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행정, 정치, 산업이 함께 다뤄야 할 복합 의제"라며 “이공계 중심으로 인식돼 온 학회에 인문사회 계열 연구자들의 참여를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에게 학술대회 등록비를 면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실제 참여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하나의 성과로는 학회지의 스코퍼스(Scopus) 등재를 들었다. 송 회장은 “보통 여러 차례 보완과 재도전을 거치지만, 학회지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등재에 성공했다"며 “이는 기후변화 연구의 저변과 학문적 수준이 이미 충분히 축적돼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지의 국제적 위상은 학회 국제화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학술대회로 도약…자발적으로 찾아오는 학회 만들 것"
송 회장은 내년부터 학술대회를 국제학술대회 형태로 단계적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해외 연구자를 초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고 한국을 찾을 만큼 학술적 매력을 갖춘 학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국제 학술대회 실적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학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책을 직접 만드는 주체는 아니지만,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아이디어와 근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지지할 때는 지지하되, 학문적 근거에 따라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학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송 회장은 “2035 NDC는 감축 폭 자체가 매우 도전적이고, 국제 비교에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걸 어떻게 다 이행할 것인가'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감축뿐 아니라 적응 분야에서도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이 수립되면서 제도적 틀은 상당히 성숙 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행 평가의 부족을 가장 큰 과제로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이행 평가는 예산 집행 여부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비용 대비 성과는 어땠는지를 평가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형 적응 사업을 예로 들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과학적 근거와 사후 평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응은 재난 대응 넘어 산업·삶의 변화 안내하는 것"
송 회장은 적응 정책이 재난 대응에만 국한돼 인식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적응은 홍수·폭염 대응을 넘어, 농업·수산업·도시·건강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안내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종 변화에 따라 어업 구조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적응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산업과의 균형도 강조했다. 그는 “발전과 산업 부문이 감축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산업에 일방적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의로운 전환이 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지원과 실행 사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이번에 설정한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학회와 연구자들이 근거를 만들고 사회와 정부가 이를 실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은...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은 기후변화 과학과 정책을 아우르는 연구자다. 1987년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미국 뉴욕대(Polytechnic Institute)에서 석사, 1996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선임연구위원, 환경평가검토센터장,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미래환경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명예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 분야 대형 국가 R&D 연구단 단장을 맡아 영향·취약성 평가와 정책 활용 연구를 이끌어 왔으며, 2025년부터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으로 학계와 정책 현장을 잇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