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온의 건설생태계] “정밀타격·신호효과 vs 매물잠김·거래위축”…李 대통령 ‘세제 개편’ 효과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1.27 11:21

李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불가 못박고 ‘세제 드라이브’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비거주 1주택 과세 시사…‘공급 공백기’ 대응 카드
부동산업계 “문재인 정부 전철 밟을까 우려 vs 그때완 달라” 맞서

[서예온의 건설생태계]는 매주 건설업계 내부의 주요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획 코너입니다. 산재(산업재해)·수주전·제도 변화 등 업계가 직면한 쟁점을 현장 취재와 전문가 분석으로 입체적으로 전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집을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집을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금은 마지막 수단으로 쓰겠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뿐 아니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를 앞뒀지만 여전히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놓은 '세제 카드'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단 이같은 조치는 고가·다주택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단기간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도 “집을 갖고 있어 봤자 재테크에 도움이 안 된다"는 믿음이 확산되면 이른마 부동산에서 금융·산업 투자로의 '머니 무브'가 이뤄져 이 대통령의 공약인 '잠재성장률 확대'의 펀더멘털 개선도 가능하다.



다만 문재인 정부도 세제 강화로 집값 안정에 나섰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거론하며 거래 위축과 매물 잠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강화 본격화되나

최근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온도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도 “집값은 세금이 아니라 공급과 구조 개편으로 잡아야 한다"며 세금 카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다주택자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되 보유세·양도세를 앞세워 시장을 조이는 방식은 부작용이 크다며 “세제는 신중하게, 충분한 논의와 시간을 두고 손보겠다"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는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연장을 하도록 법을 또 개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은 지난해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다주택 중과 제도(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기본세율에 20~30%포인트를 가산)를 윤석열 정부가 거래 활성화·시장 안정 명분으로 한시 완화한 조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직후 시행령을 고쳐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1세대 다주택자가 2023년 5월 9일까지 매도할 경우 중과세율 적용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를 유예'하는 규정을 만들었고, 이후 1년 단위로 올해 5월 9일까지 연장해 왔다.


이 대통령은 양도세 유예 종료뿐 아니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가능성도 연이어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에 “1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 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이 제도로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썼다. 이어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부득이 세제를 손보게 된다면 비거주용과 거주용은 달리 취급해야 공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장특공 조정과 거주·비거주 차등 과세 등 세제 개편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세제 카드를 다시 만지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등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꼽힌다. 외교, 정치 분야 등에서 지난 7개월여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코스피 지수도 5000을 돌파하면서 국정 추진 동력을 축적한 만큼 이제 본격적인 민생 현안인 경제 분야,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동산에서부터 개혁의 칼날을 뽑았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공급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여러가지 한계가 불가피다. 우선 실수요자가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물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주택 공급은 인허가·착공·분양 과정을 거쳐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실도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체감되기까지는 3~4년이 걸린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결국은 세제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단기적으로도 기존 주택의 매물 순환을 촉진하고, 과도한 부동산 쏠림을 완화해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양도세 중과 재개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최고 82.5%의 실효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선 유예 종료 전인 5월 이전에 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 수천만 원 하락 거래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 전략의 차단 효과도 예상된다. 정권 교체 또는 “기다리면 규제가 풀린다"는 시장의 기대 심리를 꺾어 비정상적인 보유 상태를 정상화하려는 심리적 압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피 5000 돌파와 맞물려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무브도 활발해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투기성 고가 1주택자까지 모두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라는 대상을 넓게 설정해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매물 잠김 효과를 낳아 부작용이 심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춰 세제 타깃을 더 정밀하게 조정한 것으로 단기적으로 매물 증가를 유도하여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文정부 초반 데자뷔"…거래 위축·매물 잠김 '증여 러시'로 우회할 수도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처럼 세 부담을 높이면 매물이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버티기'나 '증여'로 우회해 거래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 양도세 강화 카드를 먼저 꺼낸 점이 문재인 정부 초기 대책과 닮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2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킨 뒤 중과 폭을 더 키웠다. 하지만 당시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 증여, 세대 분리, 임대사업자 등록 등 우회 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매물은 줄고 거래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서울 아파트 전경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국토연구원이 2023년 말 낸 연구보고서(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 아파트 분석)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 매매거래량은 6.9% 감소하고,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거래가 줄면 가격이 조정될 기회도 줄어들고, 선호 지역일수록 가격이 더 버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도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매물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내놓는다. 김지연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120만~130만 가구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이 물량이 그대로 시중에 나오긴 어렵다"며 “세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는 오히려 '버티기'나 증여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여 증가세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은 1054건으로,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68건→138건), 서초구(40건→89건) 등 핵심지에서 증가 폭이 컸고, 강남구도 12월 91건으로 전월 대비 늘었다. 업계에서는 “유예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매도보다 증여가 늘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급 공백기와 맞물린 역효과도 변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 공급은 결국 당장 분양받을 수 있는 물량인데, 이 구간의 공백이 크다"며 “그 사이 세제를 강화한다고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으면 '버티겠다'는 선택도 가능해, 결국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버티고 못 버티는 사람만 파는 구조가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규제 강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 목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규제가 강화되면 거래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까지 조정되면 부동산이 '지위재'로 변모할 수 있고, 다주택 규제 강화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쏠림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양도세 중과 유예는 매물 출회뿐 아니라 임대시장(가족형 전세 매물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로 대체하기 어렵다"며 에브리띵 랠리 국면(거의 모든 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장세) 같은 거시 여건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만으론 한계…세제 신호가 '공백기' 버틴다"

이 대통령의 잇딴 부동산 세제 개편 시사 발언은 결국 시장을 진정시켜 공급 대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멘텀을 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된 상황이어서 5월 9일 이전에는 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양도세만으로 효과가 부족하면 보유세까지 손질하는 방식으로 양도세·보유세가 함께 강화되는 로드맵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최 소장은 그러면서 “수천 세대 아파트에서도 한두 채가 팔리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거꾸로 한두 채가 팔리면 하향 안정화로 갈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정시키겠구나' 하는 믿음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실수요자 부담으로 번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함께 내놓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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