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팔자”…‘산업 파괴자’가 된 AI, 주식 투매 어디까지 확산하나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11 12:03

AI 대체 논란, 금융서비스까지 확산
‘사스포칼립스’가 뒤흔든 투자심리
“공포 과도하다” 반론도
JP모건·모건스탠리 “MS 등 소프트웨어株 사라”

Financial Markets Wall Street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사진=AP/연합)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며 전 세계의 열광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이제는 '산업 파괴자'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월가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금융서비스 업종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은 AI 수혜주를 주목하기보다 피해야 할 섹터부터 빠르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산업이 제공해온 서비스가 단기간에 AI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며, 최근의 조정 장세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약보합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33%, 0.59% 떨어졌다.


지수 흐름과 달리 금융서비스 업종의 주가는 급락했다. 레이먼드 제임서 파이낸셜 주가는 8.8% 급락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찰스슈왑과 LPL파이낸셜홀딩스 주가도 7% 이상 떨어지며,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기술기업 알트루이스트가 AI 기반 맞춤형 세금·자산관리 도구인 '헤이즐'을 출시하면서, 기존 재무자문사들의 사업 영역이 AI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제이슨 웬크 알트루이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반응의 규모에 놀랐다"면서도 “우리 기술이 기존 자산관리 산업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헤이즐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 이 아키텍처는 자산관리 업계의 거의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며 “기존에는 여러 명의 팀이 수행하던 역할을 AI가 월 100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라인 보험 비교 플랫폼 인슈리파이가 AI 기반 챗GPT를 활용한 자동차 보험료 비교 앱을 선보이자 전날 S&P500 보험지수는 3.9% 급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수천억 달러가 투입된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 전반에 '먼저 팔고 나중에 묻자'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벨리 펀드의 존 벨턴 매니저는 “조금이라도 AI로 잠식될 위험이 있다고 보이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AI는 기술주 랠리를 이끄는 핵심 테마였다. 글로벌 증시는 AI 투자 확대와 함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하이퍼스케일러들(AI 설비 운용사)의 수익성을 둘러싼 'AI 거품론'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월가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난주 AI 기업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에 법무 업무 기능을 추가하면서, 고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종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로 구성된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 섹터 ETF'(IGV)는 지난 한 주간 9% 가까이 급락했다.



그라니트셰어즈의 윌 라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AI의 활용 사례가 점점 더 강력해질수록, 그만큼 기존 산업을 흔들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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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로고(사진=로이터/연합)

다만 이 같은 공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버 가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는 “AI가 5년 뒤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아직은 그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며 “시장이 너무 이른 시점에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의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웨어 종말론이 투자심리를 “매우 비관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최근 나타나는 여러 정황을 보면 AI는 단기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업무 흐름에 추가적으로 결합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또 △소프트웨어 투자 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점 △반도체·하드웨어로 쏠린 자금 흐름 △공포 심리에 따른 공매도 증가 등을 전형적인 역발상 신호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시장은 향후 3~6개월 동안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견조한 점도 반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JP모건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편입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마켓인사이더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종의 매출과 이익이 올해 1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케이티 허버티 글로벌 리서치 총괄 역시 같은 날 보고서에서 “미국 소프트웨어 업종의 밸류에이션 괴리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투자 심리에 따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AI 확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선별적 매수를 권고했으며, 공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팔로알토네트웍스, 서비스나우를 언급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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