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선호에 경차 설 곳 좁아진다…반등 동력 ‘실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22 11:48

지난해 경차 신차 등록 7만4600대…20년 만에 최저
신차 부재·가격 상승·생산 지연 ‘3중고’…시장 위축 가속
중고차 시장서 경차는 ‘역주행’ 흥행…거래 27만대 넘어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아 모닝.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아 모닝. 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경차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당분간 신차 출시 계획도 없어 반등의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차 부재와 갈수록 인상되는 차량 가격 등의 영향으로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경차 신차 등록 대수는 총 7만4600대로, 전년 대비 24.8% 급감했다. 한 해 경차 판매량이 7만대 선까지 떨어진 것은 최근 20년 내 처음이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4158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2021년에는 9만6842대를 기록하며 10만대 선이 무너졌다. 이후 2021년과 2023년 각각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캐스퍼와 기아의 레이 전기차(EV) 효과로 판매량이 10만대를 웃돌며 소폭 반등했지만, 2024년 다시 9만9211대로 감소하며 재차 10만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7만대 선까지 주저앉으며 경차 시장의 위축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는 경차 시장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배경으로 신차 부재를 우선 꼽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모닝·레이 등 3종에 불과해 라인업이 제한적이다. 2024년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되면서 경차 시장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중심으로 재편됐다.


향후에도 뚜렷한 경차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매년 이어지는 차량 가격 인상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경차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가성비' 차종이라는 기존 이미지가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SUV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의 풀옵션 모델 가격은 2000만원 안팎까지 올라 일부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소비자들은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안전성과 활용도 높은 실내 공간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경차는 차급 특성상 공간과 성능 면에서 한계가 분명해 이 같은 수요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경차 품귀 현상도 시장 위축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 EV 모델은 계약 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최대 25개월이 소요된다. 가솔린 모델 역시 트림에 따라 17~19개월의 대기 기간이 발생한다. 기아 레이 또한 EV는 약 10개월, 가솔린 모델은 약 7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 모델 모두 직접 생산이 아닌 위탁 생산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수요가 늘더라도 단기간 내 생산 물량을 확대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처럼 신차 부재와 가격 상승, 생산 제약 등이 겹치며 경차 시장은 뚜렷한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차

▲2025년 경차 신차 VS 중고차 판매 대수 비교 그래프.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 인기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량은 27만6751대로, 신차 판매량의 약 4배에 달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모닝으로 11만5641대가 판매됐다. 이어 쉐보레 스파크가 6만8672대로 2위를 차지했으며, 기아 레이도 6만188대가 판매되며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3개가 경차로 집계됐다.


상위 판매 모델 상당수를 경차가 차지한 셈으로, 신차 시장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경차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배경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중고차는 최신 신차에 비해 옵션 구성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가격이 신차 대비 30~50% 수준에 형성돼 있어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시장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들이 경차를 위탁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과 인건비 상승 등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진 데다, 판매 모델도 3종에 그쳐 선택 폭이 좁은 점 역시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차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세제·생산 인센티브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도로 환경과 주차 여건에 맞는 자동차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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