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확실성에도 ‘탄소 규제’는 새 규범…정부 지원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01 08:00

■ 에너지경제 주최·무역협회 후원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환경·기후변화 전문가들 “새 무역질서 속 정부·기업 협력체계 구축 절실”
자국중심 이해관계로 기후정책 불확실 가중…기술 개발·에너지 전환 필요
탄소규제 철강·車·석화로 확대…전력요금제 개편 등 산업기반 강화해야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미국 트럼트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장벽,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으로 글로벌 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의 생산기반 취약산업에 틈새공략과 함께 기후 테크놀러지 및 탈탄소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민관 전문가그룹의 의견이 제시됐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기업, 전문연구기관 참석자들은 글로벌 무역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세미나는 전반부에 '2026년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주제발표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과 '미국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주제 발표 정 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등 2개 주제발표, 후반부에 전문 패널들 종합토론(좌장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순으로 진행됐다.



종합토론 패널로는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이 참석했다. 주제발표자인 장현숙 실장과 정 훈 연구위원도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발언하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좌장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 교수는 “기후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관련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이 다자 체제를 만들고 중국이 여기 들어오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파리 협정을 체결했던 '과거의 공식'이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기후 변화야말로 우리 지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이자 대중적인 성격을 가진 이슈다. 그런데 지금 모두가 힘을 합쳐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할 시기에 반대로 가고 있다"며 “미국이 중심을 잡을 필요가 없어졌고 국제연합(UN) 체제를 중시하던 과거 상황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대표되는 일방적인 통상 질서 등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이 토론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우 소장은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수요가 기후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정책의 변동보다 전력 시장의 니즈가 투자의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데 빠르고 싸게 설치할 수 있는 게 태양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해상풍력 시장이 다시 활성화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단순한 기후 보호가 아닌 국가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강력한 시장 수요가 기술 보급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기후 정책의 부침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철저히 시장 니즈에 기반한 기후 기술 개발과 에너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 가격 변동성에 주목하며 규제 강화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력한 기후 정책과 CBAM 시행에도 불구하고 최근 40일 간 EU 배출권 가격이 92유로에서 72유로로 단기간에 30%가량 급락한 현상을 언급하며 규제 강화가 반드시 탄소 가격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시장의 이면을 분석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김 소장은 2027년까지 미국의 석탄 발전은 감소하고 태양광 발전은 46% 증가할 것이라는 공식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행정부의 반기후 행보와 무관하게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가 발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가 발언하고 있다.

유준혁 파트너는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 때 다져 놓은 기후 의제와 국제질서 규범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도 피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며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집약도와 감축 목적, 이에 따른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반을 둔 온실가스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유 파트너는 “EU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같은 여러 신산업에 탄소 보조금과 기후 보조금을 투입해 경쟁력을 키우고 상대적으로 낮은 값에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런 EU의 투자 안에서 한국이 값싸진 친환경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디지털 기술로 제품의 전체 가치 사슬을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할 수 있다"며 “산업의 친환경 혁신을 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가 발언하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가 발언하고 있다.

이선경 상무는 선진국의 탄소 무역 장벽 도입 목적을 자국 내 제조 시설 유치로 해석하고 국내 산업계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이 상무는 “최종 의도는 에너지를 무기로 공장을 한국에 짓지 않고 미국과 유럽에 오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게 5~10년 뒤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해 국가별 실정에 맞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 시급하다"며 “미국이 안보와 수익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근본적인 전력 믹스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CBAM 대응의 핵심은 단순한 탄소 배출량 산정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와 전력 요금제 개편 등 통합적인 인프라 혁신을 병행해 국내 제조업 기반을 방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상무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좌초될 수 없다"며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조용한 소송전을 통해 장기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를 강화하더라도 전선이나 변압기 등 전력망 핵심 기자재의 자체 제조 기반이 부족해 한국산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실질적인 수요를 공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이 발언하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종합 토론에서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충국 센터장은 “한국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은 정책 변화나 불확실성, 정부의 시장 가격개입 등이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구조가 형성됐다"며 “반면 EU는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크고 여러 국가들이 참여한다는 측면이 있다. 개별 국가 정책 변화와 정부 개입으로 실제 가격 변동이 크게 발생되는 부분은 전쟁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글로벌 경제 이슈 말고는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 센터장은 “EU CBAM이나 미국 CCA 등 글로벌 탄소규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 탄소 배출 데이터의 투명한 검증, 탄소 배출에 대한 관세 같은 경제부담 등 3가지 특징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위험성 판단 기준을 폐기했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런 탄소 규제가 새 규범과 통상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러한 기준점에 따른 탄소 통상·무역 질서·규범에 대해 어떤 로드맵으로 대응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에 따른 지출이 현재 별로 없으니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도 탄소 배출 이슈에 대응할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기업이 알아서 내부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용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EU가 원하는 대로 절대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고 상호 관세를 EU가 하는 것보다더 올려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일방 행위를 할 때는 그 힘을 행사하는 주체가 힘이 굉장히 세다는 걸 전제로 한다. CBAM을 미국에게 적용하지 말라는 언어보다는 관세라는 힘을 가지고 기싸움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장현숙 실장은 CBAM 등 무역장벽이 어떤 산업군으로 확대될 것 같냐는 질문에 “추가적으로 철강을 사용한 제품,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자동차 부품 등이 예상된다. 철강이 들어가는 제품이라는 것이 굉장히 광범위한 거고 추가적으로 석유화학 같은 것까지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고 답했다.


장 실장은 “(이같은 추가 장벽은) CBAM 한 가지 제도만 가지고 세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순환 경제법이라든가 앞서 다른 규제들과 다 맞물려서 돌아가는 가기 때문이다. 큰 방향에 있어 모든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을 해야 되고 그 데이터를 제출해야 되는 그 방향은 그냥 진행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훈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때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오히려 더 증가했고 산업도 성장했다. 지금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을 많이 축소시키는 정책을 편다 해도 재생에너지 위주의 시장을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 대응은 이미 트렌드화됐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미국이 조금 더 다양한 카드를 쓰면서 전세계 기후 변화 의제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후 변화 대응과 AI 확대로 인한 이런 글로벌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불확실성이 많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을 포함해서 정부와 기업들이 같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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