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통령 “잠이 안 온다, 해법은 재생에너지”…당장 급한 건 석유인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31 11:30

이 대통령 제주서 “에너지위기 해법, 신재생 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수”
전력도매가인 SMP는 안정세 유지…전력시장 아직 ‘이상 없음’
유가·경유 가격 급등세 계속, 물량 부족이 당면 위기…비전력 에너지 ‘직격탄’
전문가 “재생에너지가 해법이라는 건 중장기 전력분야...당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석유 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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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0일 제주도 타운홀 미팅에서 에너지 위기 대책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KTV 유튜브 캡처

대통령이 에너지 위기를 두고 “잠이 안 올 정도"라고 밝히며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현재 이란 사태로 시장이 흔들리는 핵심 지점은 전력이 아닌 '석유'라는 점에서 정책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력시장은 아직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1일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3월 평균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109.68원으로 큰 변동 없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SMP는 113.03원 이었으며 지난달도 108.52원이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상호보완이 가능한 '에너지 믹스'로 수급이 유지되고 있어 즉각적인 위기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처럼 향후 전력도매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이미 LNG발전 대신 석탄과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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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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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주 석유가격 동향. 오피넷

반면 현재 에너지시장의 가장 큰 위기는 '전력 밖 에너지 분야'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운송용과 산업용에서 절대적인 에너지인 석유는 여러 발전원이 있는 전력분야와 달리 대안이 없다. 1,2차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빠르게 올라 물류와 일반 산업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3월 넷째주 기준 국내 기름값은 전국 휘발유 평균 1819원, 경유는 1815원으로 연초 대비 200~300원 이상 올랐다. 다음주에는 평균 1900원 더 나아가 2000원을 돌파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의 체감 물가를 자극하는 것도 전기요금이 아니라 유류비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의 성격은 명확히 '비전력 에너지 위기'에 가깝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비축유 방출, 유류세 조정 등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단기 가격 억제 중심의 조치에 불과하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나 추가 물량 확보 등 당장의 '공급 대안'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부문의 중장기 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이지, 당장 유가 급등과 석유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지금 시장이 흔들리는 건 명백히 석유 등 비전력 에너지 분야인데, 정책 메시지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다. SMP는 안정적인데 유가가 뛰는 상황에서 처방이 엇나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년 단위의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과제인 반면, 유가 급등은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석유비축기지를 찾아 석유화학기업들과 한국석유공사를 향해 “대체 조달처 확보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가용한 수단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선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장기 계약 중심의 글로벌 원유 시장 특성상 물량을 급하게 전환하기 어렵고, 정유·석유화학 설비 역시 특정 원유 성상에 맞춰 최적화돼 있어 대체 유종을 즉각 투입하는 데 기술적 제약도 따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동발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만 별도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유통대리점 업계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최고가격제 등 가격 통제 정책은 공급 위축과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가격을 억누르는 동안 실제 물량 확보가 뒤따르지 않고, 이들 업계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망 붕괴 등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대체 조달처 확보, 재생에너지 전환'은 중장기 전략으로는 유효하지만, 당장 유가 급등과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에는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단기 대응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위기 인식이 정책 처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문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보다 정교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 방향성 선언이 아니라, 당장 석유 수급과 가격 충격을 직접 겨냥한 현실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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