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언제까지…석유대리점 “장기화로 적자 감수 힘들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06 17:40

석유유통협회 “대리점 공급가 낮춰야” 호소문 발표
최고가격제로 정유사 공급가 대리점·주유소 동일
정유사들도 소통 나서지만 담합 지적 우려에 ‘신중’
정유사 손실보전 진전없어…유통사-정부 소통 필요
“지금은 수급안정 더 중요…최고가격제 재고해야”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세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시행 4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제도의 부작용과 고통을 호소하는 석유유통업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를 제한하는 식으로 최고가격제가 운영되면서 정유사 공급 이후 단계에서 석유유통사들이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도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정유사와 정부 사이에 샌드위치로 낀 석유유통사들이 참다 못해 현실적인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6일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석유시장 위기 극복과 상생을 위한 석유대리점 업계의 긴급호소문'을 내고 석유유통사들에 주유소 최고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유유통협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대리점 공급가와 정유사의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졌다"면서 “저장비와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며 공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석유대리점에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최고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고,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산 시 대리점 공급가 인하분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모든 주유소를 대상으로 기름을 공급하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석유 유통사들이 일정 부분 국내시장에서 제품 공급 역할을 맡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주유소 전체 판매량 3640만㎘의 43%를 석유대리점 550여곳이 공급했다. 해당 비율만큼이 정유사에서 대리점, 주유소 순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구조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57%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직접 판매했다.


석유유통사들이 이 같이 주장하는 이유로는 최고가격제로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면서 유통사들과 개별 주유소들에 적용되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같아진 점을 들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적으로 원유 수급 경쟁 수준이 올라가면서 대체 수급처를 계속 모색해야 해 가격보다 안정적 수급에 초점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에서 동조화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가격이 뛰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공급가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시장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보통 휘발유(92RON) 배럴당 144.48달러 △보통 경유(황 0.001%) 292.80달러로 전쟁 직전일인 각각 81.4%, 215.2% 상승했다. 보통 휘발유는 지난달 23일 157.22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고, 경유는 지난달 19일 200달러선을 넘은 뒤 2일 300달러선에 가까운 최고점을 찍었다.


이처럼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공급가를 올리기 어려운게 현실인데다, 더욱이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에 정유사들이 석유유통사들을 거친 중간유통 과정의 비용까지 고려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제품 출고가격에 상한선이 씌어지면서 정유사들이 대리점과 주유소 등의 구분 없이 공급가를 산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석유유통업체들이 주유소에 공급할 때 유통비, 운영비 등을 산정하기 어려워진 문제를 유통사와 정유사가 소통하지만 최고가격제 제도를 시행하는 정부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이란 전쟁 이후 석유제품 유통과 관련해 매점매석과 가격 담합 등에 당국이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비롯한 정부 정책까지 포함해 석유제품 가격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을 둘러싼 이 같은 딜레마는 미-이란전 이후 2주부터 한 달 안에 종식되지 않으면서 최고가격제의 시장구조 왜곡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더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고가격제는 전쟁 직후 석유제품의 주유소 판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발생한 물가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달 13일부터 2주에 걸쳐 적용된 첫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이었다. 27일부터 현재까지에 해당하는 2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30원 △실내 등유 1530원이지만, 유류세 인하로 국제 시세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에 원유 수급과 관련 시장의 역할로 수요조절 기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거의 끊기면서 정부와 정유사는 대체 수급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월분으로 확보한 대체 원유가 20일치 규모인 약 5000만배럴로 적지 않지만,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언제 없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비축유 현황까지 고려하면 오는 7~8월까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라도 석유 수요를 최소화해 비축유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미-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시장 불안이 길어야 두 달이면 끝날 것이라는 가정에서 가격과잉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세계적인 고유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지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과제가 경제 운용에서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공급 부족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최고가격제에 따른 가격 결정 주기를 현행 2주일보다 더 짧게 두거나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를 따르는 식으로라도 수요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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