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연 경희대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따스한 햇살과 함께 등산·조깅·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 갑자기 활동량을 늘리다가는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십상이다.
한방재활의학과에 오는 환자의 상당수는 급격한 활동 변화로 인한 근골격계의 비증(痺症, 저리고 아픈 증상)을 호소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인체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적으로 봄은 간(肝)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시기이며, 간(肝)은 우리 몸의 근(筋, 근육과 인대)을 주관한다. 인체는 추위로부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근육과 관절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유연성은 떨어지고 기혈 순환은 저하된다. 이 상태에서 충분한 예열 과정 없이 과도한 하중이나 움직임에 노출되면, 관절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근육은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40대 이후 중장년층은 특히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이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산행은 무릎 관절염을 악화시키고, 경직됐던 요추를 갑자기 회전하거나 굽히는 동작은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이나 급성 요추 염좌를 유발하는 주범이 된다.
운동 중 혹은 운동 후에 특정 부위가 뻐근하다면, 이는 해당 부위의 기혈 순환이 정체되었다는 신호다. 이때 다음과 같은 주요 혈자리를 자극하면 통증 완화와 부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위중혈은 무릎 뒤쪽 오금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허리와 등의 기혈을 소통시키는 핵심 혈자리로, 이곳을 부드럽게 지압하면 허리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고 요통을 다스리는 데 탁월하다.
내슬안·외슬안은 무릎을 굽혔을 때 무릎뼈 아래 양쪽으로 쏙 들어가는 부위다. 이곳을 마사지하면 관절 내 활액 분비를 돕고 염증을 완화해 무릎의 가동 범위를 넓혀준다. 견정혈은 목 뒤 중앙과 어깨 끝부분의 중간 지점이다. 이곳을 지압하면 승모근의 긴장을 풀어주어 어깨 결림을 해소하고 상체로 가는 혈류를 원활하게 한다.
운동 전후의 스트레칭은 근육의 예열과 정리를 담당하는 안전판이다. 고양이 자세(척추 가동성 확보)는 네 발 기기 자세에서 숨을 내쉬며 등을 둥글게 말고, 마시며 허리를 아래로 내리는 동작이다. 척추 마디마디를 이완시켜 요추 부상을 방지한다.
대퇴사두근 이완(무릎 보호)도 필요하다. 한쪽 발등을 잡고 뒤로 당겨 허벅지 앞쪽 근육을 스트레칭한다. 이는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연골 손상을 예방한다.
이상근 스트레칭(하체 저림 예방)도 수시로 해주면 좋다.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양반다리 자세로올리고 상체를 숙인다. 엉덩이 깊숙한 곳의 근육을 풀어주어 좌골신경 압박으로 인한 통증을 차단한다.
완연한 봄날, 건강 관리의 핵심은 점진성이다. 자신의 기초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활동량을 늘리는 것은 우리 몸의 손상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운동 전 최소 15분 이상의 준비운동은 필수이며, 운동 후에는 정리운동뿐 아니라 온열 요법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에 쌓인 피로 물질을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는 안일함이 만성 질환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글=송미연 경희대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