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등장에 ‘연대 균열’
한동훈 ‘내부 총질’ 논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오는 6월 3일 치러질 재보선에 경기 평택을 지역구 출마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경기 평택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북구갑에 각각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평택을 공천과 범여권 단일화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공천 여부를 놓고 내홍이 격화됐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여권은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 이후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대표는 출마 선언 직후부터 민주당을 향해 무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평택을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병진 전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치러지는 만큼, 귀책 사유가 있는 민주당이 공천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을 그었다. 정청래 대표는 부산 현장최고위에서 “전 지역 전략 공천한다. 두말할 필요 없다"고 못 박았고, 황명선 최고위원도 “일방적인 무공천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맞섰다.
물밑에선 더 복잡한 계파 방정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평택을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임에도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다른 수도권 선거구 시나리오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이 만나 선거 연대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막판 중앙당 차원의 조율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일각에선 정 대표가 지선 전 합당 무산의 부채 의식으로 평택을 무공천을 통해 조 대표에게 보답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조 대표가 평택을에서 당선돼 훗날 혁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경우 조 대표가 정 대표의 강력한 당권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선뜻 무공천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를 스스로 키워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건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후보를 양보하는 대신, 여당 귀책으로 치러지는 평택을에서 민주당 무공천을 이끌어내 김재연 상임대표의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조 대표가 평택을에 뛰어들면서 진보당은 쥐고 있던 핵심 협상 카드를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됐다.
김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나와 조 대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되는 상황"이라며 “사전에 교통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덮어놓고 갑자기 발표를 하셨다. 지금까지도 연락은 없다"고 직격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 당이 아니지 않느냐. 서로 후보 철회를 요청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한 분식집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출마 선언 이후 친한계와 지도부 사이의 균열이 전면화됐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억지 제명을 당했다. 적극적으로 무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정훈 의원도 “무공천에 반대하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맞받았다.
반면 지도부는 단호하게 공천 의지를 밝혔다. 장동혁 대표는 미국 출장 중에도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것이 공당의 당연한 역할이자 책무"라고 공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원내 제2당이자 제1야당으로서 공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무공천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 일각에선 한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원정 출산에 비견되는 원정 출마"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부산 북구 만덕2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치며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논란은 복당론으로까지 번졌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이 지난 15일 “지금이 한 전 대표가 복당해야 될 시점"이라며 “당내 경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는 “3자 구도로 간다면 보수가 다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장이 부산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다선 의원들이 한 전 대표와 당 지도부를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월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 문제로 제명된 이후 지도부 인사 입에서 징계 철회 취지의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도부는 즉각 선을 그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제명 후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하다. 본인이 신청도 안 했는데 복당을 거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고, 송 원내대표도 곽 의원에게 “공관위원 신분으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경고했다.
부산 북구갑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한 전 대표가 동시에 출마할 경우 보수 표가 분산돼 승산이 낮아진다는 게 당내 고민의 핵심이다. 주호영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 한 전 대표가 당선되는 것이 좋은지 선택하라고 하면 답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자객 공천' 카드까지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객 공천이 현실화되면 '내부 총질'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보수 표 분산만 가속화할 수 있다"며 “지도부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