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2 ‘기업과 생물다양성’ 주제로 집중 논의
국내 기업들 자연공시를 재무제표와 연결해야
자연 자산 확보 경쟁... 경영 패러다임 전환 시급
▲22일 오전 대한상의 의원홰의실에서 '기업과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한 제2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의 제2 세션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의원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업과 생물다양성: TNFD와 지속가능경영'을 주제로 한 이 세션에는 150여 명의 기업·시민사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는 국립생태원 주우영 팀장, SDG연구소 이아선 컨설팅본부장, 국립생태원 임정철 탄소흡수연구팀장이 맡았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손실이 초래할 거대한 경제적 위기를 경고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기준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가 주도하는 공시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이를 어떻게 자산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자연 보전과 훼손 유발 자본 흐름, 극단적 불균형"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주우영 국립생태원 ESG경영본부 팀장은 '기후를 넘어 자연자본으로: TNFD와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제목으로 생물다양성 관련 글로벌 규제 지형의 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주 팀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5% 이상인 약 44조 달러가 자연에 의존하고 있고,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125조~145조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적인 '자금 흐름의 불균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주 팀장에 따르면, 현재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금 흐름(약 7조3000억 달러)은 보전 자금(약 2200억 달러)의 무려 33배에 달한다. 자연 보전보다 자연을 훼손하는 데 압도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주제 발표하는 주우영 국립생태원 ESG 경영부장. (사진=유병욱 기자)
따라서 이러한 재정 상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 활동의 근간인 자연자본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주 팀장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0년(1970~2020년) 동안 척추동물 개체군 크기, 즉 숫자가 평균 73% 감소하는 등 생물다양성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 팀장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자연 순증)'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자연 파괴를 줄이는 '순손실 방지(No Net Loss)'를 넘어, 2030년까지 자연 상태를 회복의 길로 돌려놓고 2050년까지 완전히 회복시키자는 목표다.
그는 일본(201개)과 영국(82개) 등 해외 선도 기업들이 이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가입하는 등 자연자본 공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입 기업은 아직 12개사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인 LEAP 방법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EAP은 Locate(위치 파악, 자연과의 접점 식별), Evaluate (의존도 및 영향 평가), Assess(리스크와 기회 분석), Prepare(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국내 기업 TNFD 준수율 21%"
두 번째 발표자인 이아선 SDG연구소 본부장은 국내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민낯과 도전 과제를 짚었다. SDG는 지속가능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의미한다.
SDG연구소가 2025년 8~9월 사이 코스피(KOSPI) 상장사 849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24 회계연도(FY2024) 기준으로 TNFD 관련 공시를 수행한 기업은 91개사에 그쳤다. 더욱이 공시의 질적 측면에서도 아직 한계가 뚜렷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TNFD 권고안 준수율은 평균 21% 수준"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72~86%)이 자사 사업장 위치와 자연의 접점을 파악하는 위치 파악(Locate)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이아선 SDG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
반면, 식별된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영향으로 연결하거나(Assess 8%), 실제 전환 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단계(Prepare, 20% 미만)는 TNFD 공시에 참여한 기업 중에서도 일부에 불괴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세 가지 실행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자연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한 금액 대신 범위(Range)'로라도 제시해 투자자의 해석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신규 설비 투자나 공급망 다변화 등 기존의 경영 활동을 자연 리스크 대응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연 리스크 영향 평가가 없으면 신규 투자를 승인하지 않는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체에 자연 이슈를 내재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탄소중립,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하라"
마지막 발표자인 임정철 국립생태원 팀장은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재무적 자본으로 정의하고 발표를 이어갔다.
임 팀장은 “탄소중립은 더 이상 배출을 줄이는 '감축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실체적 '자산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국가 탄소흡수원 정책이 산림(Green Carbon)에 편중돼 있으나, 산림 노령화로 인해 2050년이면 온실가스 흡수량이 현재의 25% 수준인 연간 1400만톤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 팀장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틸 카본(Teal Carbon)', 즉 내륙습지와 토양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녹색의 그린카본(green carbon)은 산림 탄소 흡수와 저장을, 청색의 블루카본(blue carbon)은 연안습지와 해조류를 의미한다면, 짙은 청록색의 틸카본은 내륙습지와 토양의 탄소 흡수와 저장을 가리킨다.
▲주제 발표 중인 임정철 국립생태원 탄소흡수연구팀장. (사진=유병욱 기자)
습지는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토양 구조를 통해 미생물에 의한 분해 없이 탄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격리한다. 내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탄소 저장량을 산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정되면 이러한 자연 기반의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의 자산 가치는 대대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륙습지는 탄소중립 시대에 '저평가된 우량 자산'으로 강조되고 있다.
임 팀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만송정' 사례와 같은 상리 생태학적(Co-existence, 공존)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과 같은 마을숲은 지역사회와 공생하며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공동 자산이다. 기업의 복원 활동도 이와 같이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모델로 추진될 때 자산의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이 사업장 인근의 훼손된 생태계를 직접 복원하고, 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연계해 '탄소 상쇄' 같은 인센티브를 받는 선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경영으로 진화하는 기업만이 미래 자본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접화군생은 섞이고(接), 변화하며(化), 함께 모여(群), 번성함(生)을 뜻한다. 자연을 소모하는 경영에서 자연자본을 키우는 경영으로 진화하고, 자연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제2세션 참석자들은 “생물다양성 보존이 환경 보호라는 당위성을 넘어, TNFD 공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필수 도구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2세션 토론에 참석한 패널. 왼쪽부터 임정철 국립생태원 팀장, 주우영 국립생태원 부장(좌장), 이아선 SDG연구소 본부장 (사진=유병욱 기자)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인간 사회와 경제 활동에 다양한 서비스(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 생태계의 자산 가치를 말한다. 식물, 동물, 공기, 물, 토양 및 광물과 같이 인간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재생 가능 및 재생 불가능한 자연자원의 저장량(Stock)을 의미한다. 자연자본이 인간과 경제에 주는 혜택, 즉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식량, 깨끗한 물, 목재, 의약품 등을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탄소 흡수(기후 조절), 수질 정화, 홍수 및 질병 조절 등 조절 서비스 △광합성, 토양 형성, 생물다양성 유지 등 지지 서비스 △경관 감상, 휴양, 교육적 혜택 등 문화 서비스 등 크게 네 범주로 나뉜다.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NFD)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의존도·영향 측정하고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국제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2021년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출범했다. 기후 관련 공시인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TCFD)를 모델로 삼았다. 기업이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TNFD 권고안은 거버넌스,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측정지표 및 실천목표라는 4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