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이란 전쟁으로 확산하는 한국의 드론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4.29 11:02

이상호 대전대학교 교수/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드론이 현대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드론 공격의 파괴력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한 것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28일에 발생한 이란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공격해 이란을 해·공군력 등 대부분의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란은 큰 피해를 봤지만, 즉시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 미군 기지, 미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해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란은 대량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사헤드(Shahed) 장거리 자폭 드론 등 여러 종류의 드론을 동시에 발사하는 '섞어쏘기' 전술을 구사했다. 지금까지 5,400회 이상 공격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성과나 결과는 제한적이었지만, 드론은 이란이 어려운 환경에서 보복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은 예상하지 못한 피해을 입었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서 13명의 전자사를 포함해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은 고가의 사드(THAAD) 레이더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공중급유기 등 고가치 전략자산을 잃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국의 피해는 약 8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군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요격미사일을 대량 소비했다. 이 결과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3분의 2 이상과 사드 미사일 80%를 소모해 대공미사일 재고가 거의 소진되었다. 미국이 미사일 재고를 충당하려면 5~6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미사일 부족 때문에 한국에 배치한 사드 미사일도 반출했다. 이는 향후 미군과 동맹군 방어 능력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이다. 문제는 미국이 미사일 재고를 소진하면서도 이란의 공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현실이다.



이란의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미군이 피해를 보자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탄력받기도 했다. 더군다나 미국의 미사일 재고 부족과 전력 노후화로 인해 대만 주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질 가능성은 없지만, 체면이 손상된 건 분명하다.


이란은 휴전 기간 미사일과 드론 재고 확충에 나설 것이다. 특히 손쉽고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폭 드론 확보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한다. 드론은 현재 이란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한적이나마 반격과 보복 능력을 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란도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전장에서 1980년 초 독일이 싸구려 오토바이용 엔진을 사용해 개발한 모델을 복제한 샤헤드 염가 자폭 드론이 이렇게 귀중한 자산이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큰 걱정거리다. 한국도 드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능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 이후 드론 운영과 방어에 대한 다양한 실전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과 중국의 부품을 사용해 샤헤드와 유사한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도 다양한 드론을 서둘러 개발하고 있다. 잠자리 크기 초소형 정찰 드론에서 소형 자폭 드론, 대형 정찰 드론 등 여러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드론 실력은 부족하다. 드론 재고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난 17일에 열렸던 국가정보원과 한국국가정보학회 합동 컨퍼런스에서 현재 전시에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드론 전력은 불과 수 천대뿐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중국이 드론 부품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부품 수급 능력이 부족한 한국의 드론 전력 확충은 매우 더딜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이미 전쟁에서 동시에 수 십만 대의 드론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북한도 중국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더 많은 드론을 동원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란 전쟁 추이를 보면, 미국과 유사한 교리를 사용하는 한국군도 북한의 이란식 '섞어쏘기' 공격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군이 드론으로 대응 또는 보복 공격을 한다고 하지만, 현재 실력으로 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드론 실력을 마스터하지 못했다면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드론 산업 지원 확대는 물론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앞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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