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동훈·하정우 오면 고맙지예”…구포시장 흔든 ‘팬덤’ 경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5.15 22:23

“난리 났었다. 손님 늘었다 아입니꺼”
때 아닌 선거 특수…후보 지지층 소비
경찰, 인파 너무 몰려 기동대까지 동원

15일 오후 구포시장 3길 일대. 북구갑 주민과 관광객들로 골목이 붐비고 있다.

▲15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3길 일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로 골목이 붐비고 있다. 사진=박서현 인턴기자

“주말 매출의 40%는 지지자들이 한다."


15일 오전 11시 부산 북구 구포시장 중앙골목. 족발·돼지국밥·반찬집 간판이 빼곡한 아케이드 지붕 아래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걷고 있었다. 골목 안쪽에는 '맛있는 전통 식혜 3500원', '찹쌀꽈배기 1개 1500원'. 골목 안쪽 손글씨 안내판 옆에서 검정 앞치마를 두른 '못난이 꽈배기' 사장 조주현(56) 씨는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어서 원래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다녀간 영상 한 편이 쇼츠에 올라간 뒤 가게가 달라졌다. 그는 “영상 보고 왔다는 분들도 꽤 생겼다"며 “서울 대구 대전에서 많이 온다"고 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구포시장이 때아닌 선거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박민식 국민의힘 후보·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자 구도로 맞붙으면서 후보들이 민심 잡기에 앞다퉈 이곳을 찾고 있고, 팬덤을 등에 업은 외지인들이 대거 몰려들면서다.


한동훈 후보의 인스타그램 숏폼에 출연한 구포시장 상인 조주현(56) 씨.

▲한동훈 후보의 인스타그램 숏폼에 출연한 구포시장 상인 조주현(56) 씨. 사진=박서현 인턴기자

구포시장 상인회장은 “매출이 30% 늘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몇 천은 더 벌었다"고 했다. 그는 “지지자들뿐 아니라 관광 목적으로 오는 분들도 많다. 부산에서도 구포에 한 번도 안 와봤던 분들이 와보고, 좋다며 재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 달 선거가 끝나도 특수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재방문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고, 상인들도 매출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골목 안쪽 '로타리 즉석오뎅' 사장도 “저번 주에 한 후보가 드시고 가셨어요"라며 반색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4) 씨는 “원래 한동훈 팬이 아니었다고 했다. "근데 하는 거 보니까 달라. 한동훈이 오고 나서 사람이 엄청 왔어. 자꾸 오니까 고맙잖아. 매출이 엄청 올라. 구포시장을 살리고 있어.“ 그는 "일주일에 네 번은 오나봐. 아침저녁으로 매일 오는 건 한동훈밖에 없어. 박민식은 한 번 오고 안 왔어“라고 말했다.


전 상임회장이자 구포시장에서 통닭가게와 부동산을 운영하는 설무호(65) 씨는 “계속 돌아다님서 이 집 저 집 팔아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교"라며 “지지자들이 시장에 투어를 함서 물건 팔아주고 가뿌는 게 아니라 방을 얻어가 숙소랑 식당도 팔아주니까, 한동훈 당선되믄 구포가 뜨는 거 아이가 하는 얘기가 상인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후보가 최근 부산 북구 구포시장 내 '다모아 신발나라'를 찾아 구입한 신발이 진열돼 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후보가 최근 구포시장 내 '다모아 신발나라'를 찾아 구입한 신발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서현 인턴기자

좌판마다 슬리퍼와 샌들이 수북이 쌓인 시장 초입 신발 골목. '다모아 신발나라'를 운영하는 신은숙(49) 씨는 “하정우 후보가 와서 신발을 사 갔다"며 “2만3000원짜리 신발을 2만원에 팔았다. 이 근방에 구덕고 동문이 있으니까 그나마 자주 온다"고 했다. 다만 “그 뒤로 더 많이 팔리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한동훈 지지자들이 와서 신발 하나씩 사가면서 '한 후보 잘 부탁한다'고 하고 간다. 박민식은 안 온다"며 “크진 않아도 매출에 도움 되는 건 한동훈"이라고 했다.


구포시장에서 '미화당이불'을 운영하는 부산 토박이 박호철(47) 씨는 47년째 이불 장사를 해온 집안의 2세다. 그는 “하정우 후보가 이불이 없다 하셔서 혼자 봄가을 이불 한 번 사가시고, 사모님이랑 와서 여름이불도 한 번 사가셨다"라고 말했다. 봄가을 이불 13만5000원, 여름 이불 7만5000원어치였다. 박씨는 하 후보 지지자들도 가게를 찾긴 하지만 “표시가 잘 안 난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지지자들은 티를 내잖아요. 그래도 하 후보 지지자들도 사가긴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벗어나 주변 상권도 온기가 돌기는 마찬가지였다. 구포시장 정문에서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면 나오는 편의점 점주 남모(60) 씨는 “난리가 났었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평소보다 60~70만원 매출이 더 나왔다"고 했다. 시장 정문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의 카페 관계자도 “손님들이 와서 '한동훈 보러 왔다'고 하고, 시장 안쪽 상인들은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경찰 인력 배치도 달라졌다. 부산 북부경찰서 구포지구대 소속 전모(30대) 씨는 “한 후보가 구포시장에 오면 인파가 많이 몰려 기동대를 동원하기도 했고, 주말에는 따로 보행자 인도·교통 정리 인력을 배치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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