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최대 고민 ‘열’…냉각·효율 혁신 경쟁 본격화
수중·플로팅 데이터센터 부상…바닷물이 냉각 인프라 된다
AI 기반 전력 최적화·장주기 ESS 확산…“전기 덜 쓰는 AI” 경쟁
“GPU보다 냉각이 중요”…데이터센터,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진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영국 오크니 제도에 위치한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에서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인 '나틱 프로젝트'의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 내 데이터센터 서버 캡슐이 바지선에 연결돼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기업 그린 데이터센터 경쟁 현황
AI 시대의 가장 문제 중 하나는 “AI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 연구진은 이제 단순히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기를 덜 쓰는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경쟁의 핵심이 서버 성능에서 냉각·효율·저전력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미래의 모든 개별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제한을 받게 될 것이고, 이제 '전력 제한 산업'이 됐다"고 지난해 말한 바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최대 고민은 '열'이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서버는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다시 소비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전체 소비 전력의 상당 부분은 냉각 설비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냉각 효율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수중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통해 수중 데이터센터를 2년 이상 운영하며 냉각 효율과 서버 안정성을 실증했다. 중국 역시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닷물을 활용하면 냉각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소음과 열 배출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울산시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GS건설·포스코 등 민간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 역시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우주로 가는 데이터센터도 있다. 우주의 온도는 영하 270도로 매우 낮아 열 관리에 유리하고, 태양광 효율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합병을 통해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구 궤도에 로켓 100만 대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구글, 스타클라우드, 카우보이 스페이스 등도 우주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냉각 기술 혁신은 데이터센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지하 염수층에 냉기를 저장해 여름철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저류층 열에너지 저장(RTES)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냉각 방식 대비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데이터센터 에너지 기술혁명 현황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AI 작업 우선순위를 자동 조정해 전력망 부담이 커질 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실증했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전력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에 참여하는 '유연한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GPU와 반도체 효율 개선 경쟁도 치열하다. 전력 손실을 줄이는 차세대 전력 변환 칩과 저전력 반도체 구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운영체제(OS) 코드 최적화만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AI 시대 경쟁력이 단순한 연산 속도를 넘어 “얼마나 적은 전기로 AI를 돌릴 수 있는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는 10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ESS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기 전해질(유기용매 기반 전해액)을 사용하는 유기 흐름 배터리와 차세대 장주기 저장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미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전·저장·냉각·수요반응(DR)·폐열 활용이 하나로 연결되는 방향이다. 일부 국가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 난방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중 데이터센터는 해수 부식과 유지 보수 문제가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는 방사선과 냉각·발사 비용 등 현실적 한계가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시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발전소"와 함께 “더 적게 쓰는 기술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에머랄드 Al의 수석과학자이기도 한 아이세 코스쿤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는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히 전력을 소모하는 거대한 소비자가 아니다. 전력망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전력망에 도움을 주는 '자산'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전력망의 수요에 맞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그리드 상호작용 자산'으로 진화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결국 미래 데이터센터 경쟁은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냉각 효율과 전력 최적화, 저장 기술과 저전력 반도체, 그리고 전력망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