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RE100 전면 대응”
국힘 “원전 생태계 복원”
▲6·3 지방선거 여야 에너지 공약 비교. 그래픽=김나현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가 6·3 지방선거의 핵심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 이상 환경 의제에 머물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 전략의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양당의 10대 정책을 보면 시각차는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은 RE100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세워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인 반면, 국민의힘은 원자력 발전을 중심으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RE100 꺼낸 민주당…“이재명 정부 뒷받침"
민주당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10대 공약 가운데 별도의 'RE100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제시하며 국민의힘보다 에너지 의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이행 방법도 18개로 세분화했다.
민주당은 RE100 대응을 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요하는 '새로운 무역 장벽'이 세워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곧 수출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핵심 사업은 'AI 기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다. 민주당은 2030년까지 서해안을 중심으로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안에서 생산한 풍력과 태양광 전력을 수도권과 산업단지로 보내는 일종의 '전기 고속도로' 구상이다.
이를 통해 AI 기반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서해안에 재생에너지 산업벨트를 조성해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업 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단위 공약으로는 에너지 특구와 RE100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산지소' 전력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단지와 수출기업이 직접 활용하도록 하고, 분산에너지 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전력 직접거래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주민 체감형 공약으로는 '햇빛소득마을'이 포함됐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공부지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복지나 햇빛연금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과 농어촌 RE100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에너지 공약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사업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에너지고속도로, 지산지소 전력시스템, 햇빛소득마을 모두 정부가 추진 중인 역점사업과 맞물려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방선거 유세에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세워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역에서 실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앞세운 국힘…“AI시대 전력 수요 대응"
국민의힘의 에너지 공약은 '원전 생태계 복원과 확장'으로 요약된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원전을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육성하고, 현재 건설 중인 2기를 포함해 총 5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인하도 주요 공약에 담겼다. 에너지를 기업 비용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앞서 지난 4월 24일에도 제시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지금 대한민국은 AI 반도체와 전기화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전례 없이 급증하는 전기 시대"라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치우친 채 안정적 전력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후보들의 공약도 중앙당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울진을 원전 기반 미래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후보는 “울진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라며 “울진 수소 국가산단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창원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에 SMR 국산화 기술 개발과 제작·검사·인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오지성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후보도 새만금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SMR 건설을 약속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에너지 공약을 별도 항목으로 내세우기보다 2호 공약인 '규제철폐와 신산업성장을 통한 경제대도약'의 세부 과제로 담았다. 에너지를 독립 의제가 아닌 산업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목표, 다른 공약…원전 vs 재생에너지
양당 모두 에너지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해법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RE100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고, 국민의힘은 원전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산업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RE100 대응이 늦어질 경우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지역 산업단지와 직접 연결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재생에너지 중심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본지에 “AI·반도체 산업 확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원전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나 민주당 공약처럼 재생에너지로 그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