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무보증 사채 등급 전망 ‘안정적→긍정적’ 동반 상향
12월 아시아나 완전 흡수 합병 앞두고 ‘규모의 경제’ 가시화
중동발 고유가 넘어 1분기 영익률 7.8%…위기 관리 능력 입증
평가 지표, ‘순차입금/자기 자본’으로 변경…성패 관건은 PMI
▲한진칼·대한항공 CI. 사진=한진그룹 제공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사업 회사 대한항공과 모회사 한진칼의 신용도 상향에 청신호가 켜졌다. 거시 경제의 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탄한 이익 창출력과 선제적으로 비축한 막대한 재무 체력을 증명하며 합병 이후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로서 맞이할 시너지 기대감이 신용 평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본평가와 정기 평가를 통해 대한항공(무보증 사채 A)과 지주사인 ㈜한진칼(무보증 사채 A-)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 '긍정적' 전망은 향후 1~2년 내에 실질적인 신용 등급 자체가 한 단계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일 법인이 가져올 '규모의 경제'…압도적 원가 경쟁력 확보
이번 등급 전망 상향의 최우선 동인은 단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사업 경쟁력 제고'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오는 12월 16일을 기일로 아시아나항공 흡수 합병을 마무리 짓는다.
한신평은 양사가 단일 법인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노선망과 특정 시간대 이착륙 권리인 슬롯, 기재 운용이 일원화되면서 압도적인 운항 효율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카이팀 얼라이언스 활용도와 환승 수요가 극대화되고 운항 인프라·IT 시스템·정비(MRO) 부문의 통합으로 중복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구조적 원가 경쟁력이 실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이란 분쟁發 '고유가·고환율' 뚫어낸 수익 방어력
현재 글로벌 항공업계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강력한 지정학적 악재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2024년 말 아시아나항공을 연결 대상에 편입한 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2025년 기준 매출액은 25조22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2% 급성장했으나 합산 수익성은 다소 저하되는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일본·중국 중심의 견조한 여객 수요와 유럽 노선 운임 상승에 힘입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7.8%를 기록, 전년 동기 6.6%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한신평은 2분기 이후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으나, 유류 할증료 부과와 선제적 유가 헷징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우수한 대응력을 바탕으로 합병 시너지와 함께 굳건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9조 원대 잉여금이 만든 철벽 수비…한진칼 동반 격상
재무 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도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간 쌓아둔 막대한 '재무 실탄'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4조4159억 원 규모의 선제적 유상 증자를 단행했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4조6000억 원 가량의 당기 순이익을 달성하며 두터운 자본 완충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신형 항공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은 372.8%, 순차입금 의존도는 37.6%로 양호한 상태다.
이러한 핵심 자회사의 체질 개선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신용도에도 즉각적인 훈풍을 불어넣었다. 자회사의 리스크 축소가 지주사의 구조적 후순위성을 완화하면서 한진칼 역시 통합 기준 신용도 상향 가능성이 높아져 나란히 등급 전망이 격상되는 수혜를 누렸다.
KMI '순차입금/자기 자본'으로 전격 교체… 남은 과제는 'PMI 연착륙'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한신평이 대한항공의 신용도 핵심 모니터링 지표(KMI)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기존 'EBITDA/매출액(영업 수익성)' 및 '순차입금 의존도' 기준을 폐기하고, 포괄적 자본 건전성 지표인 '순차입금/자기 자본 비율'로 단일화했다.
이는 메가 캐리어 출범 이후에는 합병 초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수익성 변동보다는 대규모 자금 소요 속에서 거대해진 부채를 자체 자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신용도의 핵심 척도라는 평가사의 전략적 시각 변화를 의미한다. 한신평은 해당 지표가 200%를 초과할 경우 다시 '안정적'으로 하향된다고 단서를 달았으나 올 1분기 기준 156.6%로 상향 유지에 여유로운 상태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한신평은 향후 신용도의 최종 관문으로 인수 후 통합(PMI)의 연착륙을 지목했다.
합병 초기 전산망 통합이나 인력 재배치 등 일시적인 운영 비효율 극복이 첫 번째 과제다. 특히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마일리지 프로그램 통합 비율 산정'과 '서비스 정책 재편'을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너지 발현 속도가 좌우될 전망이다. 더불어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이라는 거대한 후속 구조 개편 작업과 해외 항공사 지분 매입 등 추가 투자에 따른 재무 변동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할 점으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