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당선인 득표율 55.04%로 큰 득표차로 당선
하남 변전소 증설 반대했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 적극 지지
“변전소 없이도 전력 공급 가능” vs “동서울변전소 없으면 전력 공급 차질”
주민수용성 확보와 산업 인프라 구축 두 과제 동시 해결 시험대 올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4일 경기도 수원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지사에 추미애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 프로젝트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득표율 55.04%를 얻어 39.37%의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누르고 지사에 당선됐다.
추 당선인은 하남시 국회의원 시절 주민들의 반발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건설 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당시 주민들은 전자파와 안전성,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했고, 추 의원 역시 주민 의견을 적극 대변했다.
동서울 변전소는 1979년 10월 하남시 감일동에 건립돼 지금까지 수도권 전력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동해안 지역의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동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가 계획됐다. 이 송전전력이 하남 동서울변전소를 통해 수요가에 전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설이 필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주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추 당선인은 지역구 의원시절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 불허 처분에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줄곧 반대 의견을 보여왔다.
반면 추 당선인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한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후보 시절부터 “용인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라고 강조했고, 최근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반도체 산업 인프라 지원을 위한 물·전력·인재 대책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추 당선인은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과 동서울변전소 문제를 별개의 사안으로 규정해왔다.
그는 과거 입장문 등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국가 전력계획에 반영돼 있다"며 “부족한 물량 역시 서해안 HVDC 사업, 시화호 일대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지 이후 송전망 활용 등을 통해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동서울 변전소·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주요 쟁점
하지만 전력업계와 전력망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현재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의 핵심 목적 가운데 하나가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과 경기 남부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 및 HVDC 변환소 건설은 사실상 필수 인프라라는 것이다.
전력망 전문가들은 “동서울변전소는 단순한 지역 변전소가 아니라 동해안 전력과 수도권 수요를 연결하는 국가 전력망의 핵심 허브"라며 “변환소 건설이 지연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원전 수 기에 맞먹는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까지 가세하면서 경기 남부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추 지사의 주장이 정치적 현실과 산업 현실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들의 생활권과 안전권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인의 역할과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도지사가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민 민원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경기도 전체 산업 경쟁력과 전력 인프라 구축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재 관심은 추 당선인 체제에서 동서울변전소와 HVDC 변환소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경기 남부 산업단지 전력 공급 문제와 직결되는 국가 기간전력망 사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하남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역시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기도가 주민 수용성 확보와 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전후를 감안하면 송전망 구축 일정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찬반 논쟁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추미애 지사 출범 이후 경기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