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6년 6월 1일 코스피는 장중 8,800선을 넘어 9,000을 넘보았고,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은 단일 종목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7,000조 원을 넘었다. 연초 5,000을 공약처럼 외치던 시장이 불과 다섯 달 만에 그 숫자를 두 자리 위에서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을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날 원/달러 환율은 1,514원 안팎, 1,500원 위에 굳게 머물러 있다. 작년 말 월평균 1,470원이 이미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음을 떠올리면, 1,500원 고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니다. 사상 최고의 주가지수와 외환위기에 준하는 통화가치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기묘한 동조가, 오늘 보여준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이 둘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그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 현상을 보인지 꽤 오래다. 6월 1일 장중에도 외국인은 1조 8천억 원 안팎을 순매도했고, 지수를 떠받친 것은 기관과 국내 유동성이었다. 즉 이번 랠리는 외국인이 몰려와 만든 장이 아니라, 국내 자금이 소수 대형주로 집중되며 만든 장이다. 그렇기에 원화에 대한 추가 수요도 없으며 환율은 내려가지 않게 된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의 성적표는 우리가 원화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1,500원을 넘는 환율은 그 자체로 명목 지수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을 수 있는 환율 리스크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환율은 1,500원에 갇혔는가. 세 갈래의 힘이 동시에 원화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이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의장 체제는 물가 징후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고금리', 그러면서도 금융 규제는 완화하는 '규제완화'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고금리·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신흥·중견 통화인 원화는 구조적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둘째이자 본질은 에너지와 지정학적 위험이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올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바로 이 길목을 차단했고, 유가와 원유 수입 부담을 높여 경상수지와 외환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최근 종전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증시 상승의 한 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백악관 회의에서도 핵과 호르무즈 개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론 없이' 끝났듯이, 그 합의는 아직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언가가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호르무즈의 불확실성은 곧 통화가치의 불확실성이며, 이것이 1,500원이라는 숫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는 이러한 외환시장 약세요인과 맞물려 있는 자본유출 경계심이다.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원화약세에 대한 우려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하여 약세에 추가적인 힘을 더한다.
문제는 이 강한 지수가 서 있는 토대 자체가 위태롭다는 데 있다. 우선 쏠림이 극단적이다. 시총 상위 4종목의 비중이 연초 38%대에서 5월 초 50% 가까이로 치솟았다. 지수는 사상 최고인데, 시장의 폭은 거꾸로 좁아지고 있다. 한 예로 5월 초 코스피가 6% 정도 급등한 날에도, 정작 오른 종목은 200여 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679개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기둥, 즉 메모리·HBM 슈퍼사이클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머지 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더 역설적인 것은, 이 랠리의 연료와도 같은 수출 호조가 원화약세에 일부 기인한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상승한 바도 있으나, 원화로 환산한 실적 역시 원화약세로 인하여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다. 5월 반도체 중심 수출이 전년 대비 50%를 넘게 급증했다고 하나, 그 원화 환산 실적의 일부는 환율 효과다. 수출 기업의 장부를 빛나게 하는 약한 원화가, 동시에 거시금융의 스트레스라는 사실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최고의 지수와 외환위기급 통화가치는, 사실 같은 경제를 향한 두 개의 해석이다. 하나는 소수의 글로벌 AI·반도체 챔피언을 보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수입국이자 중동 전쟁과 강달러에 노출된 개방경제를 보는 불안이다. 둘 다 진실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구천피를 넘느냐, 만스피를 찍느냐"가 아니다. 진짜 시험대는 두 가지다. 첫째, 상승의 온기가 반도체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가. 둘째, 환율이 다시 1,500원 아래로 내려오는가. 그리고 그 두 번째 질문의 답은 반도체가 아니라 호르무즈와 연준이 쥐고 있다. 투자자라면 지수 전광판만큼이나 환율 전광판을 정독해야 할 때다. 쏠림은 추세가 강할 때 가장 무서워 보이지만, 주도주가 흔들리는 순간 지수 전체를 끌어내린다는 역사의 경고를, 1,500원의 환율이 조용히 되새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