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라 위원, AI 딥페이크 악용한 ‘가짜 뉴스’발 테러 경고
오한길 연구사 “빅데이터 지목 테러 1순위 다중 이용 시설”
박창우 교수 “다중 센서 융합 관제망으로 드론 대비할 필요 ”
윤사빈 대표 “초소형 스텔스 표적 공습…광학 장비 이중화”
서문수철 “폭발 파편서 범인 DNA 확보…테러 감식팀 독립”
가격 앞세운 中 무인기 굴기…“낡은 규제 풀고 안보망 투자”
과거 공항 터미널 내부의 출입 통제와 X-레이 수하물 검색, 금속 탐지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2차원적 '항공 보안'의 낡은 공식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촘촘한 방공 레이더망을 교묘히 피하는 초소형 군집 드론이 수백억 원의 민간 항공기와 활주로를 직접 위협하고, 인공 지능(AI) 기반의 딥페이크가 가짜 테러 뉴스를 생산해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항공기 전자기기(Avionics)를 직접 노리는 사이버 해킹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초연결 지능형 하이브리드 비대칭 위협'의 시대가 도래해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항공보안학회(KAFAS)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 1층 대강당·2층 세미나실에서 '대테러·대드론 대응체계 및 항공 안전·보안 거버넌스'를 주제로 2026년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소대섭 항공보안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스라엘·이란·우크라이나 등의 분쟁 양상을 되짚으며 과거의 재래식 무기가 아닌 드론이 사실상 폭격 테러의 주역이 된 국제 정세를 진단했다. 또한 항공 '보안(Security)'과 '안전(Safety)'을 엄격히 분리해 오던 낡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통합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국무조정실 대테러 정책관은 대테러 센터 출범 10년을 맞아 범정부 드론 통합 TF를 총리급으로 격상했고, 2030년까지 공공 수요 2조 원을 창출해 관련 산업과 안보 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3차원 공역 방어망 부재…“요격 장비보다 통합 지휘 통제가 핵심"
▲이광병 우주항공청 미래항공기프로그램장(과장)이 '보이지 않는 위협, 준비되지 않은 체계: 대드론과 항공 보안의 본질적 전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이광병 우주항공청 미래항공기프로그램장(과장)은 항공 보안의 경계가 공항 울타리를 넘어 저고도 상공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증명하는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항공 역사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가스터빈 제트 엔진 시대에 이어 현재 드론·eVTOL 등 '전기 추진 항공기'라는 제3의 혁명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작고(Small), 느리며(Slow), 낮게 나는(Low) 이른바 'LSS 표적'인 드론은 기존 방공 레이더망을 손쉽게 무력화시키며 테러의 패러다임을 원격·비대면·익명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어 놓은 현실을 꼬집었다.
이 과장은 최근 중국 선전 드론 박람회를 참관하며 체감한 기술적 도약의 충격을 공유했다. 과거 취미용 장난감 취급을 받던 드론이 이제는 가스 터빈 엔진을 달고 시속 420km로 고도 5km를 날아가는 직충돌(자폭) 무기로 진화했고, 이러한 최첨단 장비가 단돈 1100만 원대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척박한 안보 환경을 설명했다.
이착륙 경로가 훤히 노출된 공항은 이러한 무기의 최적 타깃이 되지만 공항에서의 대드론 방어는 전파 교란(RF 재밍)이나 물리적 타격(하드킬)을 무턱대고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 추락에 의한 민가 2차 피해는 물론 민항기 통신·항법 장비에 심각한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에 요격 장비를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탐지·식별, 추적 기술보다 더 어려운 것은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났을 때 누가 탐지하고, 누가 위협을 판단하며, 운항 중단을 최종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정렬인 지휘 통제 체계의 확립"이라고 설명했다.
◇AI 딥페이크서 폭발물 감식·안티 드론 다중 센서 기술까지 총망라한 '대테러·대드론 대응 체계'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사이버 공간발 테러 위협의 동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김명진 강원대학교 경영정책과학대학원 안보전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제1세션에서는 사이버 정보전·데이터 통계·AI 다중 센서·폭발물 과학 수사 감식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와 실무 전문가들의 심층 발제가 쉼 없이 이어졌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이버 공간발 테러 위협의 동향과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AI 딥 페이크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그는 호주 본다이 비치 흉기 난사 사건 당시 무고한 유대인 변호사를 테러범으로 둔갑시킨 딥페이크 사진 유포 사태와 최근 중동 분쟁 시 두바이 공항 폭우 사태 때 조작된 폭격 허위 영상이 확산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머물던 혐오와 극단주의가 이제는 AI 알고리즘과 암호화 플랫폼을 만나 개인의 확증 편향을 극도로 자극하는 맞춤형 급진화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오늘날의 테러 단체들은 단순히 인명 살상을 넘어 조작된 정보로 대중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인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이를 식별하고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초국가적인 글로벌 대응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오한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테러 판단기준 및 발생 시나리오 개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오한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테러 판단기준 및 발생 시나리오 개발' 연구를 선보였다. 국내 현장에서는 재난·범죄·테러를 구분 짓는 법적 경계가 모호해 지휘 체계에 잦은 혼선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그는 재난 안전 R-스캐너 툴을 활용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내 테러 유사 사례 309건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이념·정치적 목적에 의한 방화와 폭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가 주요 시설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문화·집회 시설 등 '다중 이용 시설'이 테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연구사는 의도·행위·대상 등 테러의 3요소와 무기 특성 등을 수치화해 융합한 'EBPR 위험도 매트릭스'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 연구사는 “이를 기반으로 사건 발생 초기 초동 대응 시 부처 간 혼선을 막고 국가적 총력 대응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테러 판단 기준을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우 청주대학교 무인항공기학과 교수가 '안티 드론 시스템에 관한 고찰'을 통해 장비 중심 방어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군 장비 분야에서 29년간 몸 담아온 박창우 청주대학교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안티 드론 시스템에 관한 고찰'을 통해 기존 장비 중심 방어 체계의 한계를 짚었다. 박 교수는 중국 선전 드론 박람회를 4년 연속 참관한 경험을 토대로 드론 기술이 정치권의 행정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2~3개월 단위로 무섭게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적의 통신을 방해하는 주파수 호핑(도약) 기술과 암호화 통신, 전파 없이 사전 입력된 좌표만으로 날아가는 무통신 자율 비행, 심지어 광섬유를 연결해 유선으로 제어하고 영상을 전송함으로써 전파 교란을 원천 무력화하는 드론까지 등장한 전장의 현실을 묘사했다.
박 교수는 “특정 통신 신호를 탐지해 끊어내는 기존의 RF 스캐너·재밍 방식은 반쪽짜리 방어에 불과한 만큼 RF·레이더·EO/IR·음향 센서를 다중 융합하고 AI 데이터 센터와 저고도 위성 통신이 실시간으로 관제탑에 정보를 전파하는 통합 관제형 항공보안 네트워크 체계로의 대전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방위산업체 U2SR 설명 자료
방위산업체 U2SR의 윤사빈 대표는 '대테러 및 대드론 보안강화를 위한 과학적 감시장비 고도화'를 주제로 산업 현장의 시각을 덧붙였다. 30년 간 무인 감시·정찰(ISR) 장비를 개발해 온 윤 대표는 LSS 표적의 경우 스텔스 기능이 적용되거나 크기가 너무 작아 기존 방공 레이더망에서는 새 떼나 기상 노이즈로 인식되어 오탐률이 매우 높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체의 형태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광학계 장비의 이중화가 필수적이라며 자사가 대한민국 특허대상을 획득한 '안개투과 멀티체인저(MFC-3C)' 기술을 소개했다. 이는 짙은 해무나 폭우, 칠흑 같은 야간 속에서도 15km 이상 원거리의 드론을 딥러닝 기반 AI로 정밀 탐지·추적해 내는 3중 감시망 솔루션이다.
윤 대표는 “초소형 표적은 기존 방공 레이더망에서 오탐률이 매우 높으므로 악천후를 극복하고 원거리에서 대상의 형태를 자동 식별해 내는 시각적 광학계 장비의 이중화가 현장 방어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파했다.
▲서문수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PBI팀장(경감)이 '급조 폭발물(IED) 폭발이 DNA와 지문 분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서문수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PBI 팀장(경감)은 '급조 폭발물(IED) 폭발이 DNA와 지문 분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실증적 과학수사 연구를 발표해 객석의 주목을 받았다. 경찰 내에서 폭발 후 현장조사(PBI)를 전담하는 서 팀장은 파이프 폭탄·C4 소포 폭탄·테니스공 폭탄·페트병 폭탄 등 각종 사제 폭발물을 야외 훈련장에서 직접 기폭 시키는 극한의 실험을 4년간 이어왔다.
일반적으로 수천 도의 고열과 강력한 폭풍 압력 때문에 테러 폭발 현장에서는 범인의 증거가 모두 소실될 것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합동 실험 결과 폭발 중심부에서 불과 50cm 떨어진 파편에서도 용의자의 미세 DNA를 성공적으로 채취할 수 있었다. 또한 열과 소방수에 심하게 오염된 잔류물에서도 시아노아크릴레이트(CA) 훈증·형광 분말법을 적용해 신원 확인이 가능한 유류 지문을 현출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서문 팀장은 “수천 도의 폭발 현장에서도 범인의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일반 범죄 감식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테러 폭발물 전문 감식(PBI) 전담팀'의 독립과 전국적 체계화·글로벌 데이터 베이스 연계가 시급하다"고 했다.
◇덮쳐오는 대륙의 기술력과 중동의 위협, K-방산의 골든 타임을 묻다
▲지난달 중국 선전에서 열린 UASE 현장에 다녀온 본지 박규빈 기자가 '보법이 다른 중국의 '저공 경제 굴기: -K-항공 보안·방산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한국항공보안학회 제공
세션 1 발제 직후에는 글로벌 드론·테러 동향의 최전선을 짚어보는 특별 연단과 전문가 패널들의 날 선 정책 비판이 이어졌다.
글로벌 무인기 산업의 심장인 중국 선전과 둥관 일대의 대규모 무인기 박람회(UAS 2026)를 직접 현장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는 현장에서 받은 충격을 전했다. 본지 취재 결과 중국은 공안(경찰)용 고성능 차량 탑재형 안티 드론 솔루션과 정밀 레이저 요격 무기를 K-방산 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압도적인 헐값에 대량 양산 중이었다.
또한 이항(EHang)은 조종사 없이 화물이나 승객을 나르는 여객용 드론은 물론 고층 빌딩 화재 진압용 자율 비행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모델들까지 중국 민용항공국(CAAC)의 4대 인증을 모두 마치고 이미 연간 1000대 규모의 상업 양산 궤도에 진입한 상태였다. 기자는 국내 지방 자치 단체와 공공 기관이 운용하는 공공 드론 중 상당수가 중국산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백도어 데이터 유출 논란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자는 “하늘길이 열린다는 것은 경제적 축복임과 동시에 드론의 물리적 타격과 사이버 해킹이 쏟아지는 하이브리드 안보 위협이 닥친다는 뜻이기에 불법 드론을 완벽히 차단할 국가 통합 안보 관제망 구축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최종철 드론 매거진 뉴스 대표는 한국과 중국의 투자 규모와 규제 환경의 근본적 격차를 지적했다. 한국은 안티드론 기술에 조금만 예산을 더 투자하면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만, 중국은 국가 주도로 수백 조 원의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스타트업이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든든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각 부처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핑퐁 게임을 하고 책임 전가에 급급한 실정이므로 거대한 규모의 경제 체제에 범정부 차원에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춘계 학술대회 제1 세션 패널 토론 시간에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세경대학교 인공지능드론센터 교수)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세경대학교 인공지능드론센터 교수)은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어 실전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발발 불과 3년 만에 청년들이 디펜스 기업 1000여 개를 창업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잦은 비행과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전 데이터를 축적해 이제는 미국이 역으로 기술 전수를 요청할 정도의 강국이 됐다는 것이다.
권 협회장은 “드론은 비행과 추락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얻어야만 완성되는 산업이어서 전쟁을 통해 산업이 육성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도 25kg 무게 제한 등 과도한 철밥통 규제를 철폐해 국가 주도의 테스트 베드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 드러난 신무기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이란이 보여준 자폭 드론과 미사일 군단은 아이언돔·패트리어트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가 대공 방어망의 요격 미사일을 먼저 소진시키며 피로도를 높인 뒤, 중국의 항법 시스템과 결합해 단 한 발의 오발도 없이 목표물에 정확히 안착하는 고도의 정밀도를 보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박 교수는 “만약 이러한 2000km 사거리의 자폭 드론 군단이 중동의 핵심 유전 시설이나 쿠웨이트·두바이 같은 글로벌 허브 공항을 마비시킬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해 우리 거시 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으므로 범국가적 초정밀 드론 방어 태세 확립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