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TX 연결·분리 장치로 유지비 절감 기대
휠체어 리프트·화재 구난로봇, 이동약자와 재난 대응 강화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수소전기동차로 친환경 전환 시동
▲코레일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선보인 KTX 열차 연결·분리용 해치 시스템 커버 모듈. 열차 결합·분리 과정에서 차량 전두부 연결기를 보호하는 장치로, 기존 해외 제품을 대체하는 국산화 기술이다. 사진=장혜원 기자
열차 두 대를 하나로 연결했다가 필요에 따라 나누고, 휠체어 이용객은 낮아진 승강 장치를 통해 보다 쉽게 열차에 오른다. 지하 역사 화재 현장에는 산소통을 실은 구난 로봇이 투입되고, 철도 울타리와 방음벽은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설비로 바뀐다.
철도 기술이 단순히 더 빠르게 달리는 경쟁을 넘어 열차 운영의 유연성, 이동약자 편의, 재난 대응, 친환경 전환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코레일 부스에는 KTX 열차 연결·분리 시스템, 휠체어 리프트, 지하 역사 화재 대응 구난 로봇, 철도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 수소전기동차 및 수소충전소 실증 기술이 한데 전시됐다.
전시장 입구에는 KTX 전두부를 절개한 모형이 놓였다. 차량 앞부분의 해치가 열리자 내부 연결기가 드러났고, 열차를 결합하거나 분리할 때 작동하는 장치가 시연됐다.
핵심은 열차와 열차를 연결하는 연결기 자체가 아니라, 연결·분리 과정에서 이를 보호하는 해치 시스템 커버 모듈이다. 코레일은 기존 해외 제품에 의존하던 관련 장치를 국산화해 신뢰성 검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연결기 자체는 그대로 두고, 차량을 연결하거나 분리할 때 필요한 해치 시스템 커버 모듈을 국산화한 사업"이라며 “유지보수품 기준으로 기존 제품보다 2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KTX-이음처럼 필요에 따라 여러 편성을 연결해 운행한 뒤 수요와 노선에 맞춰 분리하는 방식에 적용될 수 있다.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장치를 조작하면 연결기가 작동해 두 열차가 하나의 편성으로 운행하고, 분리할 때는 앞뒤 열차가 순차적으로 떨어져 나간 뒤 해치가 연결기를 덮는 구조다.
▲코레일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선보인 KTX 승강장용 휠체어 리프트. 승강장과 객차 사이 단차를 줄여 휠체어 이용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는 장비다. 사진=장혜원 기자
“혼자 타고, 더 빨리 내린다"…휠체어 리프트 개선
이동약자의 철도 이용 편의를 높이는 휠체어 리프트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된 장비는 KTX 승강장과 객차 사이 단차를 줄여 휠체어 이용객의 승하차를 돕는 장치다.
코레일은 기존 장비의 바닥 높이를 26㎝에서 6㎝로 낮춰 경사도를 법적 기준인 7.2도보다 낮은 2.87도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경사 부담을 낮춰 전동휠체어 이용객도 보다 수월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또 사람이 직접 장비를 밀고 위치를 맞추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작 장치로 전후 이동과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안내 버튼을 누르면 승객을 다른 객차로 분산 유도해 승하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차 지연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장비는 취급 난도가 높아 일부 직원에게 부담이 컸지만, 개선 장비는 처음 접하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이동약자의 승하차 편의와 열차 운행 효율을 함께 높이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선보인 지하 역사 화재 대응용 구난 로봇. 산소통과 호흡 장비를 탑재해 연기와 유독가스가 퍼진 지하 공간에서 승객의 대피와 구조를 지원하는 기술이다.
지하 화재엔 산소통 멘 구난 로봇
지하 역사 화재 대응 기술도 공개됐다. 코레일이 개발 중인 구난 로봇은 산소통을 싣고 연기와 유독가스로 호흡이 어려운 승객에게 접근해 호흡을 지원하고, 대피 가능한 구역까지 이동할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하 승강장은 출구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화재 초기 산소 공급과 구조 보조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코레일은 현재 테스트베드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며, 연구개발 과제는 2027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실용화는 2028년 이후가 목표다.
코레일 관계자는 “구난 로봇이 기존 인력과 설비를 대체한다기보다, 화재 초기 구조 대응력을 한층 보강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승객이 호흡 가능한 구역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선보인 디지털트윈 기반 철도 적합 태양광 발전(왼쪽) 및 수소전기동차·다목적 수소충전소 실증 모형. 철도 방음벽·울타리·역사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과 연천역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철도 울타리도 발전소로…연천엔 수소 충전소
친환경 전환 기술도 코레일 부스의 한 축이었다. 디지털트윈 기반 철도 적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철도 방음벽과 울타리, 선로 인근 유휴부지, 역사 지붕 등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구상이다.
전시 모형에는 방음벽 태양광과 울타리 태양광, 선로 태양광, 역사 지붕 태양광이 적용된 철도 시설이 구현됐다. 코레일은 대전철도차량정비단 신탄진 일대에 약 200m 규모 울타리형 태양광 실증설비를 구축해 발전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는 전국에 차량기지와 방음벽, 울타리, 역사 부지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이 넓다"며 “선로 전력 자체보다는 역사 조명과 시설 운영 등에 쓰이는 전력을 현장에서 일부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동차와 다목적 수소충전소 실증 모형도 함께 전시됐다. 수소전기동차는 전차선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기존 전동차와 달리 차량에 탑재된 연료전지가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코레일은 연천역 인근에 철도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차량과 충전 인프라를 함께 실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량은 현재 설계 단계로, 실제 운행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운영 안정성, 충전 체계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소전기동차는 전차선 설치가 어려운 비전철 구간에서 탄소중립형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차량뿐 아니라 충전소까지 함께 갖춰야 실제 철도 운행 체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코레일 부스는 철도의 미래가 단순한 고속화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열차는 수요에 맞춰 더 유연하게 연결되고, 이동약자는 더 편하게 탑승하며, 재난 현장에서는 로봇이 구조를 돕는다. 철도 시설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기반을 넘어 전기를 만들고 수소를 충전하는 생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