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장 추세와 반대로”
엔비디아·캐터필러 등 ‘AI 대표주’ 동시 저격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권 SOX도 공매도
코스피, 7월부터 ‘출렁’
▲마이클 버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정면으로 겨냥한 공매도에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물론 대표적 AI 대형주들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AI 랠리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한 것이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브스택을 통해 AI 관련주에 대한 신규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했다. AI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버리는 엔비디아를 198.09달러, 테슬라를 416.22달러, 캐터필러를 1060.98달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를 729.40달러에 각각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도 642.80달러에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공매도 규모와 옵션 활용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버리의 공매도 베팅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버리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 정도 괴리율은 2000년 닷컴버블 당시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반도체주 랠리의 배경으로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지출"을 언급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오히려 끝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제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OXX는 전장 대비 4.3% 오른 640.7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655.01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버리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고점 부근까지 오른 시점에서 공매도에 나선 셈이다.
▲지난 1년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이(사진=트레이딩뷰)
버리는 또 테슬라에 대해 “416.22달러에 공매도했다. 주가가 다시 이 수준으로 올라와 줘서 기쁘다"고 적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5월 11일 445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 25일 375.12달러까지 밀렸다. 그러나 그 이후 3거래일 동안 약 12% 반등하며 이날 420.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를 두고 인베스팅닷컴은 “버리는 반등을 기회로 삼아 숏 포지션(공매도)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버리는 AI 인프라 구축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캐터필러의 밸류에이션도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터필러의 주가매출비율(PSR)이 최근 30여 년 사이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동시에 주가도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상승한 차트를 함께 공개했다.
이어 “캐터필러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며 “그동안 캐터필러를 공매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과거에는 매수 투자로 항상 좋은 성과를 거뒀던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캐터필러 주가는 올해 상반기에만 86% 급등하며 S&P500 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 중 하나로 올라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캐터필러의 '윈도 드레싱'을 언급한 마이클 버리(사진=서브스택 화면캡쳐)
버리는 이번 공매도의 배경으로 분기 말 기관투자자들의 '윈도 드레싱'(종목을 좋게 보이도록 꾸미는 행위)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펀드들은 분기 말이 되면 시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종목을 핵심 보유 종목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최근 부진했던 비인기 종목은 비중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매년 6월 30일에 이뤄지는 윈도 드레싱은 다른 분기 말보다 훨씬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6월 말 기준 실적과 포트폴리오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자금 유치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번 6월 30일은 다르다"며 “이번에는 윈도 드레싱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I 랠리가 지나치게 과열된 탓에 기관투자자들의 포장하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는 오늘 시장의 주요 추세와 반대로 거래하고 있다"며 AI 랠리에 역행하는 투자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편, 코스피는 뉴욕증시 반도체 강세에도 불구하고 7월 첫 거래일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2.57% 내린 8258.78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6% 오른 8591.50으로 출발해 한때 8600선을 회복했으나 장중 상승폭을 모두 반납해 하락 전환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각각 4.94%, 3.72% 하락한 31만7500원, 255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6.74%, 5.58%씩 밀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