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백거이, 늙음을 노래한 시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14 11:50

중문학자와 의사시인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노년의 시

유형준 신간

예부터 인간에게 늙음과 수명은 늘 경외와 탄식의 대상이었다. 한대(漢代)의 고시에서는 “사는 나이 백을 못 채우면서 늘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라고 했고, 시성 두보는 “인생 칠십 살기 예부터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라며 삶의 유한함을 노래했다.


그 유한한 인생길에서 75세까지 천수를 누리며, 어떤 시인보다 '늙음'을 치열하고도 담담하게 기록한 시인이 있다. 바로 중국 당대의 대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다. 그가 남긴 2831수의 시 중 만년(65세 이후)의 작품은 무려 443수에 달한다. 중국 역대 시인 중 이토록 노년의 삶을 깊고 풍성하게 노래한 시인은 백거이가 유일할 것이다.


중문학자 류성준과 의학자이자 시인(필명 유담)인 유형준이 발간한 '백거이, 늙음을 노래한 시'(명문당)은 백거이가 노년에 마주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초연한 깨달음의 순간들을 현대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64제 75수가 수록되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 부분에 참고 시 33제 33수(백거이 시 22수, 기타 시 11수)를 더하여 총 97제 108수의 방대한 시편을 담았다.



이 책은 백거이의 생애와 시 세계를 간결하게 압축하여 서두에 배치함으로써, 고전이 낯선 독자도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울러 본문은 백거이가 만년에 느꼈던 감정의 궤적을 따라 총 7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독자가 그의 내면과 부드럽게 공명하도록 꾸몄다.


이 책의 탄생 뒤에는 사연이 있다. 여섯 남매 중 첫째 성준(중문학자)과 넷째 형준(의사이자 시인), 두 친형제가 의기투합해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태생적으로 공유한 신앙과 감성, 그리고 어느덧 함께 노년에 접어든 삶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지혜를 모았다.


형은 백거이의 방대한 시 세계에서 늙음과 연관된 정수를 엄선하여 정확한 한역과 꼼꼼한 주석, 깊이 있는 해제를 맡았다. 동생은 글을 다듬고 윤문하는 한편, 의학자로서 바라본 노년의 질병과 신체적 변화에 대한 진단,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감흥을 진솔한 감상으로 보탰다.


중국 고전시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중문학자와 의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삶을 지내 온 두 형제가 공동으로 집필한 시도는 국내 출판계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뜻깊은 도전이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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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효순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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