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토론회서 ‘인력·수력·전력’ 인프라 한계 종합 진단
RE100 구상에 “삼겹살 먹고 채식 영수증 내미는 꼴” 돌직구
상습 가뭄에 물 끌어올 법적 근거 없고 인재 유치도 한계
▲16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호남 반도체의 허구와 실상'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두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단 질러놓고 나중에 생각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호남 반도체의 허구와 실상' 토론회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좌파 정책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주주 책임을 강조했던 정부의 기조와도 서로 모순된다"며 “이런 정책들이 결국 나라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 의원의 문제 제기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전력과 용수, 인력 등 이른바 '인수전(인력·수력·전력)' 3대 핵심 인프라를 분석한 결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이용률이 13~17%에 불과한 태양광·풍력만으로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삼겹살을 마음껏 먹고 채식 식당 영수증을 모아 '채식주의자'라 우기는 격"이라며 글로벌 RE100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실시간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CF100' 시대에는 결국 원전과 LNG 등 기저전원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정전 시 수천억 원의 피해가 나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전력망이 매우 취약한 호남은 입지 자체로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물과 인력 수급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호남 반도체 가동에는 하루 65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지만 공급처인 영산강·섬진강 일대는 상습 가뭄 지역이라 안정적인 물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영산강 권역의 물 공급 안전성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용수를 무리하게 공업용으로 돌리면 지역 사회가 물 부족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보성강댐의 발전용수를 전환하려 해도 현행 하천법상 이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인재 확보 역시 면밀히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세 공정을 다룰 석·박사급 고학력 인력은 정주 여건이 나쁜 지방으로 선뜻 내려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지만 닦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인재들이 실제로 정착하고 살 수 있는 생활 환경 조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인프라 전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형 메모리 공장 대신 호남이 이미 강점을 가진 광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광 반도체나 우주·국방용 화합물 반도체 중심의 '강소형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