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빙기·영수증 종이·수저세트까지…“본사서 사”
가맹사업법 개정됐다지만 필수품목 모호성은 여전
공정위 가이드라인 있지만…법적 판단까지 ‘하세월’
▲이미지 출처=생성형 AI 챗GPT.
#'1인 컵빙수'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는 한때 가맹점주들에게 제빙기 2종과 커피 그라인더를 오직 본사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사실 제빙기나 커피 그라인더는 시중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이지만, 가맹점주들은 본부와의 계약 조항 탓에 본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치킨 가맹본부 푸라닭은 점포에서 사용하는 영수증 인쇄용 포스(POS) 용지까지도 본사에서만 구매하도록 했다. 가맹점주들은 포스 용지와 함께 치킨 박스 봉인용 보안 스티커, 식품 라벨 스티커 등도 본사에서 구매해야 했다.
#차돌박이 전문브랜드 이차돌은 브랜드 이름이 적힌 수저세트를 자신으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은박 보냉백이나 떡볶이 용기 세트도 필수품목 대상이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입 필수품목'을 둘러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거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개정 가맹사업법은 필수품목의 종류 및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도 가맹계약서에 구입 필수품목을 어떻게 기재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필수품목이 무엇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고, 공정위나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필수품목 구매 강제를 막을 길이 없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맹본사 지정 '필수품목', 브랜드 통일성 상관없는 물품까지 포함 '논란'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가맹거래에서 필수품목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 방안 이슈리포트'를 발간하고, 가맹거래에서 구입 필수품목을 보다 구체화하고 가맹점주 등의 직권으로 필수품목 지정의 적법성을 조기에 판단하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입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품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맹점주가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며 국내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구입 필수품목 공급으로 얻어지는 '차액가맹금(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원부재료의 가격 중 적정 도매가격을 넘는 차액)'을 본사의 주된 수입원으로 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거래상대방을 구속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령은 가맹사업 브랜드 동일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필수품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필수품목 지정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일단 가맹본부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정보공개서에 필수품목을 등록하면 공정위 또는 법원 판단을 통해 취소되기 전에는 강제 구매가 불가피한 구조라는데 있다.
주요 식재료나 소스류,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용기 등은 브랜드 통일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겠지만 그밖에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공산품이나 가맹사업 균일성에 관계없는 포스 용지 등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가맹점주의 불만과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본격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공정위가 각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시정조치를 통해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 방식이 아닌 로열티(가맹본부 브랜드 상표권 등에 대한 정액 또는 정률의 사용료)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또 필수품목 공급자에 점주단체가 조직한 협동조합을 추가하고, 본사와 점주가 협의를 통해 공급자를 선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법에 필수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한편, 본사가 자의적으로 정한 필수품목에 점주가 이의가 있을 경우 분쟁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간이분쟁조정절차를 신설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구입 필수품목을 많이 지정할수록 차액가맹금이 많아져 가맹본부의 수익은 커지고, 가맹점은 시중가보다 높은 필수품목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가맹본부의 주 수익원을 매출과 연동되는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가맹사업법에 구입 필수품목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해 자의적 지정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공생 관계임을 인식하고, 협의를 통해 합리적 수준의 구입필수품목을 지정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