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자유 침해” 우려 서한 발송
방미통위 “차별 규정 아냐” 반박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한국 정부에 개정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의 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해당 법이 미국 기업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법 집행 기준과 계획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라며 법 도입 취지를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 “허위정보 기준 모호"…검열 가능성 제기
짐 조던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오하이오)은 지난 6일(현지시간)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을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서한에는 스콧 피츠제럴드(위스콘신),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마이클 바움가트너(워싱턴) 의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개정 정통망법이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미국 기업과 이용자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 집행 방식과 적용 기준을 설명하는 공식 브리핑을 오는 20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까지 제공해 달라고 방미통위에 요청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히 법에서 규정한 '허위·조작 정보'의 범위와 집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적용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특정 정치적 견해에 대한 검열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표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규제 대상이 구독자 10만 명 이상 또는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 콘텐츠 게시자와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 플랫폼으로 규정된 만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엑스(X), 유튜브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주요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미통위는 앞서 구글, 메타, 엑스(X), 틱톡을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지정했다.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정부의 삭제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개정 정통망법은 고의적인 허위·조작 정보 유포로 피해가 발생하면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허위·조작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EU DSA 거론…“한국도 같은 길"
▲미국 공화 법사위원들이 한국 방미통위에 보낸 서한. 사진=짐 조던 법사위원장 엑스 계정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의 정통망법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사실상 모델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EU가 DSA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개입하며 미국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왔다는 기존 입장을 언급하면서, 한국도 같은 방향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의원은 별도 성명에서 “어떤 외국 정부도 미국 기업에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을 검열하도록 요구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의 이른바 허위정보법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 정통망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7월 7일부터 시행됐다. 온라인상 불법·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민·형사상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 시행 전후로 국내외 언론단체와 시민사회, 글로벌 플랫폼 업계에서는 허위·조작 정보의 정의가 모호해 자의적인 법 집행과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국무부도 입법과 시행 과정에서 해당 법이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사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도 지난 4월 방한 당시 이 문제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방미통위 “미국 기업 차별 아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26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7일 “해당 법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에 대응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 부처와 협업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 법 도입 취지와 기대 효과 등을 적극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미통위는 법 적용 대상이 국내외 사업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번 서한은 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규제를 잇달아 문제 삼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한에 참여한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대럴 아이사, 마이클 바움가트너 의원은 최근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던 인사들이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경쟁 차단: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을 비판했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쿠팡 규제와 관련한 항의 서한을 보내고 관련 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