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흑자 전환’에도 못 웃는 K석화…변수는 독일 ‘라인강’ 수위

박주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09 10:19

LG·한화 등 상반기 흑자 전환…금호도 영업익 2배↑
내실 주도 래깅·스프레드, 하반기 역방향 돌아서나
역대급 저수위 라인강, 수익성 하락 ‘방지턱’ 기대감

중동사태 영향 받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상반기 잇따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부진한 업황 속에서 반등 불씨를 되살렸지만 좀처럼 기쁜 내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익 개선이 긍정적인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 등에 힘입은 단기성 호조라는 점에서다.


하반기 수익성 역전을 우려하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유럽권 석화제품의 핵심 수송로인 라인강 수위가 급감함에 따라 이 같은 역(逆)래깅 공포가 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중국·중동발(發) 공급과잉으로 저수익 기조를 이어왔던 국내 4대 석화기업(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들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이들 기업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LG화학은 올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59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손실 1460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9조8010억원으로 이 기간 3.4%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률은 6%까지 개선됐다.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도 릴레이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상반기 영업이익 1212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380억) 대비 영업이익을 2592억원 늘렸고,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에서만 이 기간 영업적자 3294억원을 흑자(478억원)로 되돌렸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지난해 상반기 1859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을 올해 3984억원으로 2배 이상 불렸다.


이처럼 업계가 올 상반기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동전쟁이 자리한다.


통상 석화 제품은 원재료인 나프타 투입부터 제품 판매까지 약 한 달 가량의 시차가 존재하는 까닭으로 업체는 일정 분량의 원료를 비축하는데, 중동전쟁에 따른 글로벌 생산·물류 차질로 지난 3월 원료와 제품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에 비축한 원료가 공정에 투입되며 긍정적인 래깅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앞서 나프타 가격(일본 C&F 현물가 기준)은 지난 2월 평균 608.6달러(톤 당)에서 3월 1018.64달러까지 한 달 새 67.4% 급증해 지난 5월까지 1000달러 안팎을 유지했다.



이에 더해 만성적인 글로벌 공급과잉도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업계 마진 지표인 제품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뺸 수치)도 지난 4월까지 강세를 보여 상반기 업계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가 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신호가 아닌 단발성 호조라는 점이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물류 차질과 수급불안이 수익성을 끌어올린 만큼, 정세가 진정되면 이 같은 효과의 방향성은 양(+)방향에서 음(-)방향으로 역전된다.


더군다나 호르무즈 해협을 주축으로 발생했던 글로벌 물류 차질 가능성이 최근 홍해까지 번진데 더해, 중동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 역시 '종전합의-재격화' 국면을 반복하며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석화 4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변동성 가능성을 내세우면서도 하반기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정세가 지속적으로 급변하면서 하반기 실적 예측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원료와 제품 가격은 지난 4~5월 고점 대비 하락세가 이어지는데다 물류비용도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위가 급감하고 있는 라인강의 유럽권 물류 차질 변수는 이 같은 하반기 수익성 악화 공포를 일부 완화할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업계의 석화제품 공급능력이 저하되면서 스프레드를 방어하고, 국내 업계의 계약물량 증가와 물량소화 속도 향상을 유발해 수익성 하락 기울기도 완만하게 조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유럽 중북부를 관통하는 라인강은 현지 내륙 국가들의 수출 허브를 담당하는 핵심 수송로로, 유럽 나프타분해설비(NCC) 30%가 이 곳을 통해 원료를 조달하고 제품을 운송한다. 독일 바스프와 코베스트로 등 글로벌 순위권 석화기업들의 생산시설도 이 곳에 모여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장기화로 라인강 수위는 독일 카우브 기준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인 24센티미터(cm) 안팎을 오가면서 현지 업계의 물류 차질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인 이소시아네이트(TDI·MDI)의 경우, 복수 원료를 연속 투입하는 공정 특성상 타 석화제품보다 원료 반입 차질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커 라인강 수위 급감에 따른 직접적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산 석화제품 공급 감소는 유럽향 수출뿐만 아니라 아시아·중동 시장에서의 대체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며 “라인강 저수위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이소시아네이트 가격은 중국의 공급과잉보다 유럽의 조달 비용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원료 조달과 해상 수출망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이익 레버리지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주성 기자 입니다. 산업부 wn107@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