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캔 뚜껑도 열고 닫는다…이그니스, ‘50년 표준’ 교체 도전

송민규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10 18:42

캔 재밀봉 마개 'XO 리드' 시연회…몬스터·하이눈 “가격 20% 높아도 채택"

올 12월 독일 다하우 생산·R&D 통합센터 완공…생산능력 연 6억개로 확대

국내 음료사 도입, 가격이 '문턱'…“2028년 기존 마개 수준 원가 달성 목표"

박찬호 이그니스 CEO가 발표하고 있다.

▲박찬호 이그니스 CEO가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그니스

알루미늄 캔 음료 상단의 음용구 부분에 부착돼 있는 플라스틱 탭을 일반 캔을 따듯이 들어올리고 덮개를 당기자 입구가 열렸다. 마신 뒤 덮개를 되밀고 탭을 누르자 다시 밀봉됐다.


닫은 캔을 가방에 넣어뒀다가 30분 뒤 다시 열자 '칙' 소리와 함께 탄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손톱을 걸어 젖힐 필요가 없는 구조라 악력이 약한 아이나 노인도 어렵지 않게 여닫을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백질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로 성장한 이그니스가 패키징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선보인 재밀봉 캔 마개 'XO 리드(XO Lid)'를 직접 체험해 본 느낌이다.



◇ 알루미늄 캔 뚜껑 대신 플라스틱 재밀봉 마개 부착


이그니스는 10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재밀봉 캔 마개 'XO 리드' 시연회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XO 리드는 이그니스가 2022년 인수한 독일 패키징 기업 엑솔루션(Xolution)이 개발·생산하는 개폐형 캔 마개다.


이그니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약 5000억개의 음료 캔이 소비되고 관련 패키징 시장은 60조원에 이르지만, 마개는 1975년 개발된 SOT(Stay-on-Tab) 방식이 50년째 그대로 쓰이고 있다. 한 번 따면 다시 닫을 수 없어 탄산과 향이 빠지고 이물이 들어가는 한계가 있었다.


그간 100건 이상의 대체 기술 시도가 있었고 이 중 20건이 특허로 등록됐지만, 대량 양산에 이른 사례는 XO 리드가 유일하다는 게 이그니스의 설명이다. XO 리드의 재질은 플라스틱 소재로, 개봉 여부를 확인하는 표시장치인 '흰 띠'가 캔 상단에 부착돼 있으며, 개봉 후 재밀봉하면 최대 6개월간 탄산과 향이 유지된다고 회사는 밝혔다.


핵심은 마개 높이를 9㎜ 안에 맞춰 기존 캔 생산 라인에 설비 교체나 공정 변경 없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만든 점이다. 이그니스는 개폐형 마개가 50년간 상용화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설비 호환성 문제 때문이었다고 꼽았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XO 리드 개봉전, XO리드 개봉후, XO 리드 뒷쪽에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음용할 때 편하다, 리드를 개봉 후 다시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XO 리드 개봉전, XO리드 개봉후, XO 리드 뒷쪽에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음용할 때 편하다, 리드를 개봉 후 다시 닫았을 때 모습. 흰 띠가 리드 밑에 들어가있어 한번 개봉한 제품임을 알 수있다. 사진=송민규 기자

◇ 세계 1위 제관사는 로열티, 3위 아르다는 유통 계약


이날 간담회에서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 공개한 글로벌 기업들의 XO 리드 도입 사례는 XO 리드의 기술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됐음을 보여준다.


박 대표는 “글로벌 1위 제관업체(캔 제조업체)가 10년 넘게 개발해 오다가 최근에는 XO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3위 제관업체인 아르다 메탈 패키징도 자체 개발을 멈추고 지난 7월 엑솔루션과 유통 계약을 맺어 유럽 공급망에 XO 리드를 공급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에너지음료 제조업체 레드불 역시 10년 넘게 자체 개발을 이어왔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했고 현재 엑솔루션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굴지의 브랜드들의 채택도 이어지고 있다. XO 리드는 2018년 상업 판매를 시작해 아시아·유럽·북미 3개 대륙에서 누적 10억개 이상 판매됐다. 몬스터에너지가 핵심 고객사로, 박 대표는 “몬스터만 해도 이미 10월 물량이 다 나갔다"고 말했다. AB인베브의 하이볼 '뉴트럴', 미국 보드카 하이볼 판매 1위 '하이눈'에도 적용돼 있다.


적용 브랜드들이 판매가를 20% 이상 높여도 판매가 잘 된다는 게 이그니스의 설명이다. 개폐 구조는 어린이 보호를 위해 잠그는 쪽으로도 쓰인다. 어린이 보호 패키징이 의무인 미국 대마 음료 시장에서는 캔 마개 가운데 XO만 인증을 받아 채택이 이어지고 있다고 박 대표는 소개했다.


◇ 국내 음료사 도입 문턱은 '가격'…엑솔루션, 사출 내재화로 대응


다만 국내에서는 도입 사례가 많지 않다. 박 대표는 국내 톱티어 음료사 대부분이 이미 도입 테스트를 거쳤다면서도 “마케팅 관점에서는 굉장히 하고 싶어 했지만 생산 부서에서 막히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기존 SOT 대비 3~5배에 이르는 단가가 마진이 얇은 음료 사업에서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물량 자체도 부족하다. 현재 생산능력은 연 1억2000만개로, 박 대표는 매출로 환산하면 100억원 안팎에 그친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내놓은 답은 원가다. 엑솔루션은 지난 4월 독일 다하우에 생산·R&D 통합센터를 착공해 오는 12월 완공하고 2027년 4월부터 가동한다. 체코에서 외주에 맡겼던 사출 공정을 내재화하고 브레멘 조립 설비까지 합치면 생산능력은 연 6억개로 늘어난다. 박 대표는 공장 완공시 원가가 40% 줄고 2028년 초에는 SOT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서 “신기하고 좋으니 비싸도 쓰라는 게 아니라 'SOT랑 거의 동일한데 왜 쓰지 않느냐'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규제 환경은 우호적이다. 오는 12일부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일반 적용에 들어가고, 2030년부터는 재활용성 70% 미달 포장의 EU 역내 시장 진입이 제한된다.


XO 리드는 PPWR 적합성 인증과 재활용성 81% 인증을 마쳤다. 플라스틱 부품이 결합된 마개가 캔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파쇄 단계에서 95% 이상 분리되고 잔여분도 섭씨 400도 이상 열처리 공정에서 기화된다면서 “캔 수거함에 그대로 버려도 재활용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 3년 내 XO 매출 800억 제시…상장 주관사 선정 마쳐


이그니스는 3년 내 XO 사업에서 매출 8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독일·한국·미국 등 대륙별 증설로 생산능력을 100억 개까지 늘려 주요 시장에 안착한 뒤, 그 이상 물량은 라이선스로 로열티를 받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라이선스 비중은 사실상 없다. 박 대표는 “100억 개 정도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장 준비도 진행 중이다. 조주영 이그니스 CFO는 “주관사 선정은 돼 있고 여러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는 내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그니스는 지난해 매출 1932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0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뚜껑을 많이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캔을 열고 닫는 방식을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식품업계의 고어텍스, 돌비 시스템 같은 표준을 잡는 회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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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송민규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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