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는 지구, 빈곤해지는 식탁…2050년 ‘식량 재난’ 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12 10:20

한반도 남부와 유럽·미국 가뭄에 시달려
2050년까지 62개국 작물 손실 10% 이상
옥수수·콩 40~50%까지 손실률 치솟기도
“관개 시설 확대와 가뭄 내성 작물 전환을”

가뭄에 갈라진 밀양 웅동저수지

▲10일 오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경남 밀양시 무안면 웅동저수지 바닥이 쩍 갈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은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 강들 역시 역대 최저 수위를 경신하며 물류와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 국내외 가뭄 상황 '심각'… 강물 마르고 댐 바닥 드러내



국내 상황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 경남 18개 시군의 농업용수 평균 저수율은 35%로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4%에 불과하다.


특히 경남 밀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고, 백안저수지의 경우 저수율이 1.2%까지 추락했다. 호남평야의 젖줄인 섬진강댐 저수율은 19.5%까지 떨어지며 가뭄 '경계' 단계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경남 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력을 투입해 경남지역에 농업·생활용수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이 선포된 것은 지난해 8월 강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해외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흑해까지 10개국을 관통하는 구간 대부분에서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수자원 당국은 다뉴브강 수위가 종전 최저치보다 10㎝ 더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원전 냉각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바꾸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시행했다.


미국에서도 최대 저수지인 미드호의 수위가 1040.5피트로 1937년 댐 조성 이래 약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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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현지 시간) 건조한 날씨로 인해 엘베강 수위가 매우 낮아진 가운데, 여객선들이 독일 동부 드레스덴의 엘베강변에 정박해 있다. (사진=AFP/연합)


◇ 기후변화가 부른 '복합 재난'… 2050년 식량 안보 위협



문제는 이러한 가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나타나는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기후변화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가뭄이 향후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파괴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98억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뭄이 식량 안보의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전 세계 62개국이 10% 이상의 농작물 손실을 경험하고, 24개국에서는 그 손실이 20%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두(콩)는 특정 국가에서 최대 92.7%까지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작물로 꼽혔다.


이탈리아 토리노 공과대학과 미국 델라웨어대학 연구팀은 지난 5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역사적 극한 기후 상황에서 전 세계 천수답(비에 의존하는 논) 생산 손실이 10.1%에 달하고, 이는 21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칼로리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인도 간디나가르 기술연구소(IITGN) 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등도 가뭄 발생 시 주요 농업 지역의 작황 실패 확률이 25% 이상에 이르고, 옥수수와 대두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40~50%까지 치솟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뭄은 식량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떨어뜨린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 생물과학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가뭄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은 철분 흡수 능력을 스스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가뭄이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철분 함량 등 영양학적 질을 떨어뜨려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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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강우 의존형 작물 생산에 대한 가뭄 민감도 집중 지역. 1961년부터 2018년까지 총 작물 생산량의 가뭄 민감도를 표시한 것이다.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6)


◇ “비만 기다리는 시대 끝났다"… 선제적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적 해결을 넘어 통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재난 대응은 수자원 확보라는 기술적 해결을 넘어 대중의 인식과 소통을 고려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회적 반응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국내 지자체들은 대체 수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릉시는 연곡 지하수 저류 댐 설치 등 대체 수원 마련을 통해 실효적인 가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영 욕지도에서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62억 원을 투입해 지하수 저류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청도 운문댐 저수율 25.1%…가뭄 '심각'

▲10일 경북 청도군 운문댐 저수율이 25.1%까지 떨어지며 수위가 낮아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관개 시설 확대와 기후 내성 작물로의 전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개 확대와 작물 전환을 결합할 경우 가뭄으로 인한 손실의 62%를 방지하면서도 생산량을 14%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 정부의 경우 가뭄 취약 지역 농민들에게 콩류, 수수 등 물을 적게 필요로 하는 내한 작물로 재배 작물을 변경할 것을 공식 주문하고 나서고 있다.


가뭄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이 거대한 마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시민 모두의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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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기후에너지부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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