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두 번째 판단대로…확정 미뤄지며 하루 1억3000만원 지연이자 부담도 유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이로써 15일 0시 확정될 예정이던 판결은 효력이 유보되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14일 최 회장 법률대리인단의 입장문을 통해 "최태원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다"며 "주주들과 그룹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이 미뤄지면서 당장의 현금 부담도 뒤로 밀리게 됐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완제 시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9440억원 기준 연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재원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급 의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법원에서 원심이 유지되면 확정 시점만 늦춰질 뿐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이번 재상고심의 성격은 1차 상고심과 다르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파기환송심이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핵심 심리 대상이 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수용하면서도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맞는다고 봤다.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고, 주식 가액 산정 기준일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잡되 이후 주가 상승분은 분할 비율에 반영했다. 이 판단들이 환송 취지의 범위 안에 있는지가 다퉈질 전망이다.
한편 노 관장 측의 재상고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위자료 20억원은 1차 상고심에서 이미 확정돼 이번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
입장문에서 주주와 그룹경영을 앞세운 대목은 재원 조달 방식과 맞물려 읽힌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 명의 SK㈜ 주식을 그대로 두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해당 지분이 그룹 지배권의 근거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 활용과 SK㈜ 지분 담보 차입이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돼 왔다. 어느 쪽이든 지주사 지배력과 주가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법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점은 그룹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SK그룹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총수 개인의 자금 조달 문제가 그룹 재무 전략과 어떻게 맞물릴지가 계속 관전 포인트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