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 한국 구매법인 설립하고 소비재 직매입
물류 거점도 확보…‘이커머스 진출 기반 닦기’ 전망
물류 경쟁력 앞세워 알리·테무와 차별화 가능성
▲징둥닷컴 본사 전경.
중국계 이커머스의 한국시장 공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 상품'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 데 이어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닷컴이 한국 내 물류 기반을 마련하고 구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진입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징둥닷컴은 지난 6월 한국에 전문 구매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소비재를 직접 구매해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징둥은 이와 동시에 국내 소비재 기업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12일 개최한 '징둥닷컴 직매입 입점 설명회 및 상담회'에는 국내 기업 200여곳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징둥은 국내 9개 기업과 총 150만달러 규모 직매입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징둥로지스틱스가 이천에 마련한 물류센터 전경.
한국 상품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징둥은 이미 국내 물류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다. 징둥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로지스틱스는 지난해 4월부터 경기 이천과 인천에 자체 운영 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풀필먼트와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징둥 월드와이드를 통한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 물류에도 활용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징둥의 사업방식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오픈마켓 형태로 다양한 판매자를 모으고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징둥은 상대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자체 물류망을 통해 판매하는 '직매입·직판매' 모델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징둥을 쿠팡과 비교한다. 쿠팡이 직매입 상품과 자체 물류 인프라를 결합해 빠른 배송을 앞세운 것처럼 징둥 역시 중국에서 직매입과 물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징둥의 물류센터 구축을 두고 향후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아직 징둥이 한국에서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을 공식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되는 핵심 사업도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과 물류 서비스에 맞춰져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한국 시장 진입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이미 일부 갖췄다는 데 있다. 물류센터를 새로 마련하고 구매법인까지 설립한 만큼 향후 사업 방향에 따라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로 확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인 쿠팡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쿠팡은 지난 7월 인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화재는 초기 진화까지 109시간 넘게 걸렸다. 앞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져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징둥 입장에서는 이런 시장 상황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테무와 동일한 초저가 경쟁보다는 '정품·직매입·물류'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공략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징둥이 실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기존 C커머스와는 다른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알리와 테무가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징둥은 쿠팡과 유사한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배송과 상품 신뢰도를 앞세울 수 있어서다.
변수는 징둥이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징둥닷컴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9% 줄어든 3464억위안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4년 상장 이후 분기 매출이 처음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징둥닷컴은 미국 나스닥과 홍콩 증시에 복수 상장돼 있다.
유럽연합(EU)은 징둥닷컴이 유럽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부당하게 정부 보조금을 활용했다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회계 장부 제출 등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는 힘든 환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반대쪽에서는 중국 내수 부진과 해외 사업 불확실성을 극복할 돌파구로 '신시장 개척'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시장 환경 변화를 전망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징둥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는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