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반기째 가입자 감소…뒤늦은 규제 손질
셋톱박스 데이터 활용…맞춤형 서비스 확대
▲지난 20일 열린 방미통위 유료방송 활성화 민관협의체 첫 회의. 사진=방미통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료방송 업계가 규제 개선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앞세워 활로 찾기에 나섰다. 정부도 요금과 약관 규제부터 시청 데이터 활용, 콘텐츠 사용료 갈등까지 해묵은 현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OTT의 영향력이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뒤늦은 규제 완화만으로 유료방송의 구조적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인지하고 있으며, 현행 법체계에서 가능한 규제 개선과 통합미디어법을 통한 제도 개편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 규제 빗장 푼다…유료방송 살리기 시동
방미통위는 지난 20일 유료방송사업자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이 참여하는 '유료방송 활성화 민관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 8개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6개사 등 총 14개 사업자가 참석해 업계 현안과 건의사항을 공유했다.
이날 논의는 규제 개선과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됐다. 신규 상품 출시와 관련한 요금과 약관 규제부터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 활용, 콘텐츠 사용료 갈등까지 유료방송 업계가 안고 있는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 IPTV 늘어도 역부족…가입자 또 감소
▲국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로고.
정부가 유료방송 살리기에 나선 배경에는 시장의 구조적인 침체가 있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70명으로 직전 반기보다 7만6030명 줄었다. 2024년 상반기 이후 4개 반기 연속 감소했다.
IPTV 가입자는 2153만5256명으로 12만735명 늘어 시장점유율 59.57%를 기록했지만 케이블TV는 15만5820명, 위성방송은 4만945명이 각각 줄었다. IPTV의 성장만으로 전체 시장의 가입자 이탈을 막지 못한 셈이다.
TV 앞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방미통위의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020년 122분에서 2024년 91분으로 4년 만에 31분 감소했다.
◇ “이미 늦었다"…낡은 규제 손질
업계에서는 정부의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규제 개선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OTT와 유튜브가 급성장하며 경쟁 구도는 달라졌지만 유료방송에는 과거 시장을 전제로 한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는 전제에서 유료방송을 규제했지만 OTT 확산으로 시장의 힘의 균형 자체가 달라졌다"며 “과거 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를 현재 경쟁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업계의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있다. 전날 열린 민관협의체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같은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너무 늦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은 회의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얘기했고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할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방미통위는 현행법에서 가능한 규제 개선과 통합미디어법을 통한 장기적인 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 OTT와 기존 방송사업자 사이 규제 형평성은 통합미디어법에서 다루되, 법제화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손볼 수 있는 규제부터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규제 형평성 문제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먼저 논의하고 통합미디어법은 별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청 데이터 깨운다…'개인화 TV' 승부
▲한국IPTV방송협회가 지난 18일 '2026년 제2차 정책위원회'에서 IPTV 데이터 활용 방안과 유료방송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사진=IPTV 협회
유료방송이 찾는 또 다른 돌파구는 AI와 데이터다. 핵심은 모바일처럼 이용자의 시청 행태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광고를 개인화하는 것이다.
이번 협의체에서도 디지털 방송광고와 맞춤형 서비스 기반 구축을 위한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의 표준 및 검증체계 마련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AI와 AX가 향하는 방향은 결국 개인화 서비스"라며 “모바일처럼 시청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사실상 사전 협의를 거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고만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자기완결적 신고제' 등이 거론된다.
시청 데이터는 광고뿐 아니라 콘텐츠 대가 산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채널과 콘텐츠의 실제 시청량과 플랫폼 기여도를 데이터로 측정할 경우 플랫폼과 PP 간 대가 협상의 객관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에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혁신할 방안과 사업자 간 대가 갈등에서의 정부 역할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 독립영화 띄우고 AI 입히고…활로 찾는 유료방송
▲B tv 특집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편성 이미지. 사진=SK브로드밴드
사업자들도 콘텐츠 차별화와 AI 활용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OTT와의 정면 승부보다는 독립영화와 지역 콘텐츠 등 플랫폼별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AI를 접목해 시청자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는 21일부터 26일까지 '제2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상영작을 모은 B tv 특집관을 운영한다. 국내외 독립 및 예술영화 34편을 선보이고 일부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케이블TV는 지역 밀착형 콘텐츠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딜라이브TV는 지역뉴스 재방송을 하루 4회에서 6회로 확대하고 AI 아나운서 기반 'AI 위클리뉴스' 편성을 주 10회에서 15회로 늘렸다. OTT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지역 콘텐츠를 강화하는 동시에 AI를 제작과 편성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후속 논의에 속도를 낸다. 민관협의체가 정례화된 것은 아니지만 추가 회의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까지 유료방송 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정기적인 회의나 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면서도 “연말까지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할 계획인 만큼 검토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