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연구팀 산모 425명 모유 분석
2018년~2023년 일부 PFAS 농도 증가
영아 노출 추정량은 유럽 기준보다 높아
해법은 수유 중단 아닌 ‘음식·환경 주의’
▲(자료=챗GPT 이미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한국 여성의 모유에서 검출됐다. PFAS가 포함된 모유를 먹는 영아의 경우 체내에서 PFAS가 검출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PFAS 중에서 과거 사용이 제한된 것은 줄어드는 대신 일부 대체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PFAS 오염이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로 확인됐다.
PFAS는 이제 환경 속에만 존재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인체 내부의 오염물질'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 모유 425개 시료에서 확인된 PFAS
경희대 간호과학대학의 김주희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221명, 2023년 204명 등 모두 425명의 한국 산모로부터 모유를 채취, 5종의 PFAS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모유에서 분석한 PFAS는 △PFDeA(과불화데칸산) △PFHxS(과불화헥산술폰산) △PFNA(과불화노난산) △PFOA(과불화옥탄산) △PFOS(과불화옥탄술폰산)이다.
2018년과 2023년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을 때 PFHxS는 66.7% 감소했지만 PFNA는 161.5%, PFDeA는 135.1%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PFAS인 PFOA와 PFOS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즉, 오래된 PFAS를 규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하나의 PFAS를 줄이면 다른 PFAS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대체(substitution)'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람직하지 않는 대체'라고 표현했다.
▲(자료 =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모유 속 PFAS가 문제가 되는 이유
PFAS는 일반적인 환경오염물질과 조금 다르다. 탄소와 불소가 강하게 결합한 구조를 갖고 있어 자연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배출되면 오랜 기간 환경에 남을 수 있다. 인체에 들어온 뒤에도 혈청 단백질인 알부민 등에 결합해 체내에 장기간 머문다. 연구진은 일부 PFAS의 인체 생물학적 반감기가 수년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혈액에 들어온 PFAS가 모유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이번 한국 연구에서도 PFAS가 모체의 순환계에서 모유로 이동할 수 있으며, 모유 수유가 영아의 PFAS 노출에서 중요한 경로라고 설명한다.
영아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신생아의 신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성인보다 PFAS를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영아의 체중과 모유 섭취량, PFAS의 체내 이동과 배출 특성 등을 이용해 생리학적 기반 약동학(PBPK) 모델을 구축, 영아의 혈중 PFAS 농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4가지 PFAS(PFHxS·PFNA·PFOA·PFOS)의 추정 영아의 일일섭취량은 2018년 중앙값이 하루에 체중 1㎏당 38.5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2023년 기준으로는 48.7 ng/kg/일이었다.
연구진이 이를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4종 PFAS 주간섭취허용량(TWI)에 해당하는 일일 기준치와 비교한 결과, 2018년은 61배, 2023년은 77배였다. 해당 비교에서 두 코호트 모두 100%가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의 77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EFSA 기준의 61배 혹은 77배'라고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EFSA 기준은 영아의 혈청 PFAS 농도를 바탕으로 산모의 장기 섭취량을 역산해 설정한 건강기반 기준인 반면, 이번 연구는 실제 산모의 모유 속 PFAS 농도를 바탕으로 영아의 노출량을 추산했기 때문이다. 두 수치는 산출 방식과 적용 대상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일단 국내 영아의 PFAS 노출이 심각성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 정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규제된 기존 PFAS만 따로 보면 노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러 PFAS를 합쳐 보면 영아의 전체 불소계 화학물질 부담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임신 중 산모의 혈액에 PFAS가 존재한다면 태반을 통한 태아기(prenatal) 노출될 수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당장 모유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현재 환경 수준의 화학물질 노출 위험보다 모유 수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의 해법은 수유 포기가 아니라 먹거리·물·제품·산업공정 등 PFAS의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PFAS 정책도 기존의 PFOA·PFOS 같은 개별 물질 규제에서 벗어나 PFAS 전체를 하나의 화학물질군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라이팬 코팅제 등에 널리 사용된 과불화화합물(PFAS). 잘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자료=미국 국립보건원)
◇PFAS는 어떤 물질인가
PFAS는 과불화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의 총칭이다. 대표적인 물질이 PFOA와 PFOS다.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열에 강하며 화학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방수·방유 코팅, 섬유, 식품 포장, 반도체·전자산업, 소방용 포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돼 왔다.
PFAS는 탄소-불소 결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PFAS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체에서도 혈청 단백질에 결합하고 장기간 남을 수 있다.
PFAS의 모든 종류가 똑같은 독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에서는 △백신 항체반응 저하 등 면역기능 변화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 등 이상지질혈증 △갑상선 기능 및 호르몬 관련 변화 △임신·출생 및 태아·영유아 발달 관련 영향 △간 기능과 신장 관련 지표 변화 △심혈관 위험인자와의 연관성 △신경생리 및 발달과 관련된 변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