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곳 중 8곳 추적조사에서 최하등급 추락
공극 막힘이 주원인…“유지관리가 중요”
고압살수·성능기준강화 등 체계적 관리를
▲일반 보도 블록(불투수 블록)과 투수 블록의 비교. (이미지=챗GPT)
지난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에는 시간당 약 14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이날 내린 비로 서울 곳곳의 도로와 지하철역, 주택이 물에 잠겼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여성과 가족 두 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심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불투수면적 비율, 즉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구역의 비율은 1960년 7.8%에서 2020년 50.1%로 급증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공간이 줄어들면서 도시 침수 위험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해 2015년 '물순환 회복 및 저영향개발 기본 조례'를 제정했고, 투수 블록 등 빗물 침투 시설을 확대해왔다. 도시 침수도 막고, 지하수를 함양해 하천이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기 추적조사 결과, 설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수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블록의 공극(구멍)이 먼지와 토사 등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자료=Water Science and Technology, 2026)
◇38개월 만에 61.5%가 최하 등급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김리호 박사 연구팀은 서울 투수 포장의 장기 성능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워터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Water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 시내 보도 13곳을 대상으로 2018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38개월간 정해진 시험방법(KS F 2394)에 따라 투수 성능을 측정했다.
설치 초기에는 대부분의 지점에서 1~2등급의 높은 투수 성능을 보였지만, 38개월 후에는 13곳 가운데 8곳(61.5%)이 최하 등급인 5등급으로 떨어졌다. 5등급은 투수계수가 초당 0.05㎜ 미만으로, 서울시 보도 건설 매뉴얼의 최소 권장 기준인 3등급(0.10㎜/초 이상)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빗물을 땅속으로 침투시키기 위해 설치한 투수블록 상당수가 3년여 만에 사실상 제 기능을 잃은 셈이다.
핵심 원인은 '공극 막힘'이었다. 투수블록은 내부의 미세한 공극을 통해 빗물을 지하로 흘려보낸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먼지와 토사, 각종 퇴적물이 공극을 막는 '막힘(clogging)'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연구원이 설치 1년 미만의 투수블록 3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상당수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노후화뿐 아니라 자재 품질, 시공 과정, 주변 토사 유입, 초기 관리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투수 성능 실험 장면. (자료=Water Science & Technology, 2026)
◇답은 '교체'보다 주기적인 세척
문제는 현행 제도가 설치 이후의 성능 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투수 성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장 측정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태면적률 역시 준공 이후 실제 기능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도 최근 지자체 개발사업 감사에서 생태면적률 이행 및 사후관리 부실에 주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면적률은 개발로 훼손된 자연의 물순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일정 면적을 자연녹지나 투수성 포장 등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투수블록은 이러한 생태면적률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투수블록의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공극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퇴적물을 제거해야 한다. 연구팀은 고압 살수(pressure washing)를 통해 막힌 공극을 청소하면 투수 성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특히 투수 성능이 2등급 수준인 0.50㎜/초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정기적인 고압 살수를 실시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능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최소 권장 기준을 기존 3등급(0.10㎜/초 이상)에서 2등급(0.50㎜/초 이상)으로 높이고, 1.50㎜/초 이상을 '0등급'으로 신설해 고성능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설치했나'보다 '작동하나'가 중요
투수블록을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도시 홍수를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설치 이후에도 실제 투수 기능이 유지되는가다.
물론 투수블록만으로 극한호우를 막을 수는 없다. 빗물정원, 침투도랑, 저류시설, 녹지 등 다양한 저영향개발 시설과 함께 도시 전체의 물순환을 회복해야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는 투수블록의 설치 위치와 시기, 제품 성능, 정기 측정 결과, 세척·보수 이력 등을 관리하고, 일정 기준 이하로 성능이 떨어지면 의무적으로 세척·보수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