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영업이익 N% 성과급·호남 반도체 공장 반대’ 쟁의 대상 제외
인력 배치 구체화하면 교섭 가능…재계 “투자 결정과 실행 분리 어려워”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지침…명확한 기준 마련하려면 노조법 보완 필요
▲그래픽=전지성 기자
정부가 공장 신설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자체는 노동조합의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작업방식 변경이 구체화하면 다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는 초기 가동과 수율 안정이 어렵다. 경영계에서는 투자 결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서로 다른 사안으로 구분한 정부 지침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새로운 노사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넓히면서 불거진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영업이익 N%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이익 처분과 주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장 신설·이전과 AI 등 신기술 도입도 결정 자체만으로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발표했거나 기업이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조건의 변화가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신규 공장의 인력운영계획이 공지되는 등 배치전환이 구체화하고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당 근로자는 배치전환에 따른 근무지와 업무 변화, 생활상 불이익 등을 회사와 교섭할 수 있고, 조정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열린다.
경영계가 문제 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공장 신설이라는 투자 결정과 공장을 실제로 가동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현실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신규 라인은 기존 공장의 숙련 엔지니어를 먼저 투입해 장비를 안정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규 채용과 외부 충원만으로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 배치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쟁의행위로 이어지면 공장은 완공되고도 정상 가동이 늦어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장 신설과 AI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경영상 결정 자체를 쟁의 대상에서 제외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인력 배치가 교섭 대상으로 남은 데 우려를 표시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경계도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방식은 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가운데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사안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성과급의 명칭보다는 지급 근거와 방식, 계속성, 근로와의 연관성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경영계는 어떤 유형의 성과급이 임금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부족해 노사 간 해석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침은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판단 등에 활용되는 행정 기준이다. 그러나 법률이나 시행령과 같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노동계도 정부가 행정지침으로 노동쟁의 범위를 축소했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신규 투자와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통상적인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시행령 등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행 노조법에는 노동쟁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근거가 없어 시행령 개정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법률에 위임 근거를 마련하는 보완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배치전환을 일률적으로 제외하기보다 인력 이동의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기준으로 교섭 범위를 나누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용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형 배치전환과 신규 투자·증설에 따른 사업확장형 배치전환을 구분하고, 임금 삭감이나 과도한 원거리 전보 등 실질적인 불이익은 별도로 협의하는 방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 결정은 경영권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하기 위한 숙련인력 배치를 쟁의 대상으로 열어두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일정의 불확실성이 남는다"며 “신규 투자의 실행은 보장하되 근무지 이전에 따른 주거·교통비와 교육 문제 등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충분히 협의하도록 기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