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10일 시행…이사 줄인 대기업, 이제 ‘표 확보전’

전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06 11:42

50대 그룹 상장사 이사 47명 감소…임기 분산·정관 변경도
한진칼 등 지분경쟁 기업 촉각…기관·외국인 주주 영향력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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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지성 기자

오는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앞서 이사회 규모를 줄이고 이사 임기를 분산하는 등 사전 정비에 나섰다.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들의 대응도 이사회 구조 조정에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주주의 표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오는 10일부터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은 뒤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는 경우 1주를 가진 주주가 총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대기업들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수와 임기를 조정하며 제도 변화에 대비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5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전년과 비교할 수 있는 269곳의 이사 수는 지난해 1780명에서 올해 1733명으로 47명, 2.6% 감소했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36명, 4.3% 줄었다.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1명, 1.2% 감소했다. 전체 감소분 가운데 사내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사 수 감소를 모두 집중투표제 대응이나 경영권 방어 조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조직개편과 임기 종료 등의 영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룹별로는 카카오가 14명을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롯데가 13명, 삼성 9명, LS 7명, 한화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과 미래에셋, 효성, LX 등은 사외이사 수를 유지하면서 사내이사를 줄였다.


정관을 고쳐 이사 수나 임기를 조정한 기업도 29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4곳은 이사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은 기존 '2년 이내'였던 이사 임기를 '3년' 또는 '3년 이내'로 늘렸다.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면 소수주주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의결권도 감소한다. 이사 임기를 분산하면 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크게 바꾸기도 어려워진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서는 이사회 규모 조정이 더욱 민감한 변수다. 한진칼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을 기존 '3명 이상 11명 이내'에서 '3명 이상 9명 이내'로 축소했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호반건설 측의 지분율 격차가 0.42%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이사회 정원 축소가 향후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외부 후보의 진입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한진칼이 정관 변경의 목적을 경영권 방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이사 수 축소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중투표제 적용 대상 기업은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회사가 추천한 이사 후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지분 격차가 작거나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확보한 기업에서는 내년 정기주주총회부터 본격적인 이사 후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방침도 이사회 구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리더스인덱스가 조사한 269개사가 모두 집중투표제 의무화 대상은 아니다. 조사 대상은 50대 그룹 소속 상장사 전체이고, 실제 의무 적용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다. 회사별 자산 규모와 정관, 내년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를 추가로 확인해야 집중투표제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사회 규모와 임기를 미리 조정했더라도 집중투표제 시행 이후에는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이사 후보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분 경쟁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내년 주주총회부터 기관과 외국인 주주의 표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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