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여헌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15 17:10

상반기 화장품 수출 70억달러 ‘역대 최대’…3년 만에 70% 넘게 성장
미국이 중국 제치고 최대 시장…영국·폴란드·네덜란드 등 유럽도 ‘쑥’
아마존 넘어 얼타·세포라·월마트까지…온라인서 검증받고 오프라인 진격
메디큐브·아누아·스킨1004 등 인디 브랜드 약진…제품군도 빠르게 확대

한국 화장품이 세계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에 기대어 성장하던 시대를 지나 미국·유럽·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K-뷰티'를 직접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소·인디 브랜드가 아마존과 틱톡에서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낸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과 용기업체, 상품을 세계 각지로 실어 나르는 유통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수출 지형과 인기 브랜드, 제조 경쟁력, 해외 유통망, 소비 현장 등을 통해 K-뷰티 열풍의 현재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진격의 K-뷰티①] 화장품이 제2의 반도체?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페달'


[진격의 K-뷰티②] 한류 열풍에 트렌디한 마케팅까지…'인기몰이' 이유 있었다



[진격의 K-뷰티③] '인기 브랜드' 면면 살펴보니…기초부터 헤어케어까지 '각양각색'


[진격의 K-뷰티④] ODM의 힘…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한류 열풍' 이끈다



[진격의 K-뷰티⑤] 외국인 心 잡은 한국 화장품…관광객들 '장바구니' 살펴보니


[진격의 K-뷰티⑥] 韓 넘어 세계로···CJ올리브영 '질주' 무섭다


[진격의 K-뷰티⑦] 수출 지도 바꾼 한국…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진격의 K-뷰티⑧] 잘나가니 짝퉁도 기승…브랜드 지키기 “방심은 금물"



[진격의 K-뷰티⑨] “단순 유행 넘어 원천 기술력 및 R&D 고도화 역량 쌓아야"


[진격의 K-뷰티⑩] “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해외 규격 인증도 적극 지원해야"


에이피알의 '릴레이 팝업' 포스터.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를 앞세워 이달 10일부터 다음달까지 미국·유럽 주요 도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이어 선보

▲에이피알의 '릴레이 팝업' 포스터.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를 앞세워 이달 10일부터 다음달까지 미국·유럽 주요 도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이어 선보인다.

K-뷰티가 '대항해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을 상대로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팔던 산업의 모습은 빠르게 옛일이 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아마존과 틱톡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들은 한국 브랜드를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폴란드,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 중국 의존 벗었다…세계로 뻗어가는 K-뷰티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9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다. 2023년 상반기 40억7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와 비교하면 3년 만에 72%가량 늘었다. 2분기 수출액만 39억달러(약 5조2800억원)로 1분기보다 25.8% 증가했다.


연간 기준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12년 10억7000만달러(약1조4400억원)에 그쳤다. 2024년 102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14억달러(약 15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은 수출 지도를 보면 더욱 선명하다. 올해 상반기 최대 화장품 수출국은 미국이다. 대미 수출액은 14억4900만달러(약 1조9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의 20.7%를 미국이 차지했다.


2022년 상반기 10.9%였던 미국 비중은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해 미국이 처음 중국을 제치고 연간 최대 수출국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상반기 전체 화장품 수출의 46.5%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2023년 34.7%, 2024년 25.2%, 지난해 19.6%, 올해 14.4%로 내려왔다.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출액은 10억600만달러(약 1조3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차이나 리스크'가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K-뷰티 성장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면세점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해 현지에 재판매하는 따이공이 주요 유통 경로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한한령, 코로나19, 중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현재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현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한국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국 브랜드들은 아마존을 넘어 얼타뷰티·세포라·타겟·월마트·코스트코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2026년 상반기 K-뷰티 주요 국가별 수출 현황

▲2026년 상반기 K-뷰티 주요 국가별 수출 현황

자료사진. 출처=챗GPT.

▲자료사진. 출처=챗GPT.

◇ 영국 150%·네덜란드 220%↑…유럽으로 번진 K-뷰티


미국 다음 성장축은 유럽이다. 올해 상반기 폴란드 수출액은 2억5100만달러(약 33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2.8% 늘었다. 영국은 2억4600만달러(약 3320억원)로 150.6% 증가했다. 네덜란드는 1억7700만달러(약 2390억원)로 220.4% 뛰었다.


튀르키예 수출도 87.6%, 에스토니아는 196.1% 증가했다. 유럽 밖에서는 호주와 캐나다가 각각 46.1%, 55.9% 성장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럽 지역 화장품 수출 증가액이 7억5000만달러(약 1조130억원)로 미국의 4억2000만달러(약 5670억원)를 웃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화장품 수출 증가액의 약 70%를 차지했다.


유럽 물류망 확대도 수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K-뷰티 전용 풀필먼트센터가 들어섰고 에스토니아와 폴란드 등에도 한국 화장품 유통사의 물류시설이 자리 잡았다. 특정 국가의 소비 증가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기반이 갖춰지는 모습이다.


성장 여력도 크다. SK증권은 올해 북미와 유럽 화장품 시장 내 K-뷰티 침투율을 각각 4.8%, 4.2% 수준으로 추정했다. 장기적으로 10% 안팎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화장품 시장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K-뷰티가 현지 대형 유통업체 매장까지 본격적으로 파고들 경우 추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화면 갈무리.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제품이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화면 갈무리.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제품이 1위에 올라 있다.

◇ 아마존 베스트셀러 점령…'무명 브랜드'도 세계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K-뷰티의 글로벌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검색하면 코스알엑스와 메디큐브, 아누아,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스킨1004, 토리든 등 국내 브랜드가 상위권에 등장한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에게 먼저 이름을 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증권이 미국 아마존 23개 뷰티 카테고리에서 156개 한국 브랜드의 BSR(Best Sellers Rank)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평균 점수는 794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9.7% 높아졌다. K-뷰티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3%에서 15.7%로 상승했다. 메디큐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맥킨지는 메디큐브가 올해 1분기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에서 뷰티 브랜드 1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해외 화장품 시장 진출은 대기업의 영역에 가까웠다.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광고비를 투입해 백화점과 전문 유통업체 영업망을 확보해야 했다. 아마존과 틱톡은 이 진입장벽을 낮췄다. 국내 중소 브랜드도 제품 하나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 세계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검증받은 K-뷰티는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메디큐브는 미국 얼타뷰티에 이어 월마트와 타겟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달바와 센텔리안24 등 다른 한국 브랜드들도 현지 오프라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의 오프라인 판매 비중은 여전히 약 60% 수준이다. 온라인에서 성장한 한국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직 공략하지 못한 시장이 더 큰 셈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메디큐브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 올해 초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유럽 5개국 아마존 입점을 마쳤다.


글로벌 시장 진출 공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현지 유통업체 매장에 제품을 넣은 뒤 브랜드를 알렸다. 지금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을 발견한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구매한다. 판매량과 리뷰가 쌓이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입점한 뒤 유명해지는 브랜드'에서 '유명해진 뒤 입점하는 브랜드'로 순서가 바뀌고 있다.


한국 메이크업 브랜드 티르티르(TIRTIR)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BTS THE CITY ARIRANG - NEW YORK'에서 공식 K-뷰티 브랜드로 참여해 체험 공간을 선

▲한국 메이크업 브랜드 티르티르(TIRTIR)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BTS THE CITY ARIRANG - NEW YORK'에서 공식 K-뷰티 브랜드로 참여해 체험 공간을 선보였다.

◇ 세럼 넘어 마스크팩·헤어케어…잘 팔리는 품목도 확대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54억8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미국으로 향한 기초화장품 수출은 7억4000만달러(약 9990억원)에서 11억달러(약 1조4900억원)로 48.6% 뛰었다.


초기 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세럼과 크림, 토너, 선크림에 마스크팩과 클렌징 제품이 가세했다. 최근에는 멀티밤과 미스트, 아이패치, 토너패드 등으로 인기 품목이 세분화되는 추세다.


하이드로겔 마스크 성장세도 가파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마스크팩 수출액은 처음 월 5000만달러(약 675억원)를 넘어섰다.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한 규모다.


헤어케어도 새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대미 헤어케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K-뷰티=스킨케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마스크팩과 헤어·바디케어 등으로 수출 품목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수출 열기는 국내 화장품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브랜드가 해외에서 주문을 받으면 제품을 생산하는 ODM과 용기업체,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유통기업의 물량도 함께 늘어난다.


하나증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처음 분기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콜마는 국내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처음 분기 매출 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화장품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는 분기 매출 400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생산라인도 바쁘게 돌아간다. 수출이 급증한 하이드로겔 마스크의 경우 일부 제조업체는 설비를 늘려도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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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유통중기부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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