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사진=AP/연합)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선 가운데, 이를 일찌감치 예측했던 시장 베테랑이 국채 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놨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뱅크의 주요 10개국(G10) 전략 총괄인 스티븐 배로우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올해 말 전망치를 5.2%로 높이고, 2027년 1분기에는 5.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배로우 총괄은 “나의 구조적인 시각은 우리가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고금리 장기화' 체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확신이 커진 이유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지나치게 웃돌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리가 이미 5% 가까이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오는 12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는 2027년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로우 총괄은 “연준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동 지역의 전쟁을 거론하며 “내가 보기에는 모든 신호가 여전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로우 총괄의 이 같은 전망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실제 5%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21분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22%를 나타냈다. 전날 장중 한때 5%를 넘어선 뒤 다시 밀렸지만 이날 오전부터 재차 상승하며 5%선을 회복한 것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금리가 잠시 5%를 웃돈 것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40년 넘게 전략가로 활동해온 배로우 총괄은 이미 지난 2월 올해 안에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연준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4%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지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채권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46% 수준이었던 지난 5월에도 배로우 총괄은 5% 전망을 고수했었지만 이같은 시각은 시장 컨센서스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배로우 총괄은 당시 “(5% 전망은) 이란 전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 것"이라며 “연준은 아마도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완화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 또한 재정 측면에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금리 상승을 촉발하기는 했지만, 그의 5% 전망의 근본적인 배경은 전쟁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자리 잡은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설명이다.
배로우 총괄은 글로벌 공급망 압박과 기후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이민 규제 강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제한 등을 장기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배로우 총괄은 과거에도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짚은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2021년에도 미 국채 가격 하락을 전망했고, 최근 수년 동안 미국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움직임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다만 일본 엔화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약세를 이어간 점은 그의 전망에서 빗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