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학업에 AI 활용 일상화…“시간 절약되고 결과물 질도 높아져”
개인정보·대화 데이터 활용 논란 지속…“편리하지만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에너지경제신문은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허만섭 교수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청년공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은 다양한 '시대공감'을 청년의 시각과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편집자주>
▲노트북 화면 속 편리한 AI 기능 뒤로 개인정보 유출과 학습 데이터 활용에 대한 우려를 떠올리며 고민에 잠긴 청년의 모습. 이미지 = 제미나이.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에는 인간과 대화하며 감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가 등장한다. 사만다는 사용자의 말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농담과 사랑, 질투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까지 학습한다. 당시만 해도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상상에 가까웠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검색엔진처럼 일상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학생들은 과제와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성형 AI를 이용한다. 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고민도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AI에 입력하는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이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 이를 학습에 사용할 경우 이용자가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다.
“AI 덕분에 연구·업무 시간 크게 줄어"
청년층을 비롯한 이용자들은 AI의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다.
고등학생 김범수 씨(17)는 AI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자료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AI를 활용하면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지모 씨(19)도 AI가 학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씨는 “대학교에서 AI를 활용하면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지모 씨(41)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제미나이를 사용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사용하기 전보다 몇 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AI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화장품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김모 씨(54·여)는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사내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직접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개발자에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를 맡겨야 개인 업무에 맞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며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지면서 직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게 됐고 업무 처리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직원들이 야근하는 경우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AI가 정보 검색부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 개발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영역을 넓히면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편의성도 커지고 있다.
편리함 뒤에 따라오는 개인정보 걱정
문제는 AI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직접 입력한다는 점이다.
AI 챗봇에 질문을 하면서 이름이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회사 업무 내용, 개인적인 고민, 학업 자료 등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력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고 얼마나 오래 보관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대학생 전유덕 씨(19)는 AI 챗봇을 이용한 이후 개인정보가 다른 곳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AI 챗봇을 자주 사용한 이후 모르는 번호에서 보험 관련 전화가 자주 왔다"며 “AI에 입력한 개인정보가 본인의 동의 없이 기업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개인정보 유출이나 스팸 전화가 AI 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가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던 'AI 학습 데이터' 논란
AI가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논란이다. 스캐터랩은 과거 AI 챗봇 이루다의 학습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충분한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당시 이루다 이용자였던 직장인 양은석 씨(26)는 관련 사실을 접한 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양씨는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기업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편했다"며 “앞으로 개인적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텍스트 자체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데이터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입력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임재서 씨(19)는 챗GPT를 자주 이용하지만 개인정보와 관련된 논란을 접한 이후 AI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평소 오픈AI의 챗GPT를 자주 이용하는데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접하고 불쾌했다"며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AI 사용 여부'보다 중요한 데이터 관리
AI는 이미 청년들의 학업과 직장인의 업무에 깊숙이 들어왔다. 정보 검색과 자료 정리부터 번역, 문서 작성, 코딩과 업무 자동화까지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의 편리함 때문에 사용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보다 어떤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 역시 AI 챗봇에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회사의 기밀자료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입력하는 일을 피하는 등 기본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AI가 인간의 질문을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현실이 된 만큼, AI에 제공되는 데이터의 범위와 활용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화 속 '사만다'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 이제 AI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신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