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높다지만”…유조선 고운임에 K-정유 수익성 ‘줄다리기’

박주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27 06:00

중동發 유조선 운임 강세 지속…하루 수익 123만$
수송 방식도 비효율화…운송비는 원유가 28% 수준
고운임 장기화에 정유업계 실질마진 축소 우려도

정유

▲역사적 고점을 기록중인 글로벌 유조선 해상운임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발(發) 해상물류 차질에 따라 원유 수송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영향이다. 그래픽=박주성 기자

역사적 고점을 기록중인 글로벌 유조선 운임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발(發) 해상물류 차질에 따라 원유 수송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조선 운임이 이례적인 수준의 강세를 지속할 경우 정유업계의 '수익성 줄다리기'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완화 기미 없는 VLCC 운임...'사상 최고' 지속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비롯한 유조선 운임 지표는 최근 중동정세가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역사적인 수준의 고점을 기록 중이다.


발틱거래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39주차 유조선(탱커) 시황 리포트'를 통해 지난 24일 기준 27만톤(t)급 VLCC의 중동~중국 노선(TD3C) 운임 지수(WS)가 1157.5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주 1140포인트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월드스케일(WS)로도 불리는 이 지수는 각 항로별 운임 수준을 표준화한 지표로, 기본운임 지수는 매년 초 100포인트로 설정된다. 현재 중동~중국노선 운임이 기본값보다 11배 이상 오른 상태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노선에서 운항하는 VLCC의 왕복 환산수익(TCE)은 직전 주인 38주차에 일일 121만2503달러(16억5000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달러선을 돌파한 뒤, 39주차에 123만5414달러(16억8000만원)로 1.9% 추가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 장기화에 따라 TD3C노선을 대신해 실거래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 오만만~중국노선(TD34)의 운임지수도 39주차에 WS 797.86포인트를 기록했다. 정점이었던 직전 주와 비교하면 1.1% 줄었지만, 여전히 800포인트 선에 근접해 사상 최고권 수준이다.


당초 해당 노선의 WS는 이달 초까지만해도 272.5포인트 수준을 나타냈다. 이 시기 일일 TCE는 약 26만1800달러(3억6000만원)로, 39주차 86만4698달러(11억8000만원) 대비 69.7% 낮았다.



VLCC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지수(WS)·일일 왕복 환산수익(TCE) 추이. 그래픽=박주성 기자

◇ '선박 간 환적'에 가용성↓...원가구조도 '흔들'


이 같은 중동발 VLCC 운임 강세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차질 장기화로 비효율화된 원유 수송방식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협을 직접 통과해 원유를 운송하는 기존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선박이 호르무즈 안팎을 오가며 원유를 실어 나른 뒤 오만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STS·Ship-to-Ship)'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오만만의 STS 기반 원유 물동량은 중동전쟁 이후 하루 평균 370만배럴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사상 최대인 720만배럴까지 확대됐다. STS 방식 확대는 오만만 인근 환적시설의 정체를 유발하고, 이는 선박 가용성 악화에 따른 운임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유업계에선 원가구조 지각변동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케이플러는 최근 지난 21일 기준 운임 데이터를 토대로 중동→아시아 원유 운송비용이 배럴당 32달러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같은 날 두바이유 현물가격(113.69달러)과 단순 비교하면 운송비만 원유가격의 28.1%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전쟁 이전까지 수송비용은 원유 가격의 10%미만 수준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운임 장기화 땐 '마진 착시'…수출 숨통 요구도


유조선 해상운임이 나날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장에선 이 같은 고운임 환경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운송계약이 평균 70%에 이르는 국내 정유업계 원유조달 구조상 단기간 운임 강세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의 수익성 압박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사의 실질 수익성은 디젤 등 석유제품 크랙(정제마진) 자체보다 제품가격 상승이 원유 운송비 상승을 얼마나 상회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는 제품 공급 부족의 영향이 더 크지만, 고운임이 내년까지 장기화된다면 장기계약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마진은 생각보다 작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추가적인 수익성 압박까지 받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정부 수출제한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원유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최고가격제와 수출제한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정유사의 수익성 방어수단도 제한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3월 최고가격제와 함꼐 정유업계가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로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의 휘발유·경유 수출량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92.3%·경유 96.8%로 상한선 인근까지 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내수시장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수출시장은 당분간 공급부족 여파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물량을 추가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주성 기자 입니다. 산업부 wn107@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