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감] “애인보다 나”... 20대가 연애를 안 하는 이유

신교근 기자·손혜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9.28 10:41

감정 소모·돈 부담에 닫힌 마음
“연애보다 갓생”… 혼자가 편한 20대
OTT·SNS로 채우는 외로움의 빈자리

에너지경제신문은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허만섭 교수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청년공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은 다양한 '시대공감'을 청년의 시각과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편집자주>


사랑보다 개인시간이 중요한 20대 생성형 AI 사진. ⓒ제미나이

▲청년들에게 연애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될 때만 고르는 '선택지'가 됐다. 나 자신의 성장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사진. ⓒ제미나이

과거 20대에게 연애는 대학생활의 꽃이자 당연한 필수코스로 여겨졌다. 캠퍼스 커플을 꿈꾸며 미팅과 소개팅에 열을 올리던 풍경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적지 않은 청년들에게 연애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될 때만 고르는 '선택지'가 됐다.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에너지를 쏟기보다, 나 자신의 성장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 감정 소모보다는 '마음의 평화'


이들은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기복과 갈등을 큰 부담으로 느낀다. 대학생 김모 씨(여·20)는 연애했다가 헤어졌던 경험을 떠올리며 “연애를 하면 필연적으로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 소모가 내 일상을 망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연애를 시작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감정 소모 및 갈등'을 꼽은 응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생 박모 씨(여·20)는 연애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씨는 “연애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연락을 기다리는 모든 과정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누군가에게 내 감정의 주도권을 맡기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쓰고 싶다. 연애를 안 하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 딱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마음이 더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설문에서도 연애가 '인생에서 필수적이지 않다'고 답한 인원은 9명에 달했다.



◇갓생 살기와 개인 시간 사수



최근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갓생' 문화와 자기관리 열풍은 연애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 차모 씨(21)는 최근 새벽 운동과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차 씨는 “나를 가꾸고 성장시키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연애를 하면 이 소중한 개인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14명은 '연애보다 나 자신의 성장이나 휴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대학생 박모 씨(여·23)는 연애 대신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박 씨는 “연애에 쓸 돈과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이나 운동에 투자한다. 결과가 확실하게 남는 자기계발이 연애보다 훨씬 생산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손모 씨(28)는 경제적인 현실을 언급하며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도 밥값과 카페 비용 등으로 월 50만원 가량이 깨진다. 이 중 데이트 비용이 6 정도를 차지한다"며 “그 돈이면 학원비를 내거나 사고 싶던 옷을 사는 게 낫다.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할 절박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설문에서도 연애에 쓸 시간과 돈을 취미나 운동, 학업 등에 쏟고 싶어하는 경향이 고르게 나타났다.



◇사회 분위기도 혼술 문화와 개인 루틴 중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는 연애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을 상쇄해 준다. 대학생 한모 씨(20)는 하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며 보낸다. 한 씨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에서 연애를 하지 않아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매체로 '유튜브와 OTT'를 선택한 응답자가 18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응답도 13명에 달했다. 대학생 강모 씨(22)는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굳이 연애를 안 해도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혼술 문화와 개인 루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연애 기회를 줄이는 요소다. 대학생 윤모 씨(24)는 “예전처럼 단체 술자리가 많지 않아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적다. 하지만 억지로 기회를 만들기보다 혼자만의 루틴을 지키는 지금이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대에게 연애는 이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될 때 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신교근 기자

+기사 더보기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신교근 기자 입니다. 정치경제부 shin1948@ekn.kr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