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재발 '세포 한 개' 아닌 세포 무리가 함께 일으켜
전암성 병변서 이미 '유전체 수준' 핵심 유전자 변이 시작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 병리과 나희영 교수, 혈액종양내과 강민수 교수, 이주현 연구원(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은 29일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 병리과 나희영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 혈액종양내과 강민수 교수, 이주현 연구원)이 담도암의 단계부터 발생·재발·전이에 이르기까지 '진화 경로'를 규명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한국형 SGER(Small Grant for Exploratory Research)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담도암 환자 17명에게서 얻은 정상 조직, 전암성 병변(암이 되기 직전 단계), 원발암(처음 생긴 암), 전이·재발암 등 72개 검체를 전장엑솜시퀀싱(유전체 중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부분을 모두 읽어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분석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 무리(클론)들이 어떤 순서로 생겨나고 갈라졌는지 보여주는 가계도를 환자별로 그려, 암이 진화해 온 경로를 거슬러 추적했다. 그 결과 전암성 병변에서 이미 TP53, KRAS, SMAD4 등 담도암의 핵심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겉보기엔 아직 암이 아니지만, 유전자 수준에서는 암을 향한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암성 병변 안의 세포 무리 가운데 생존에 유리한 일부만 살아남아 원발암으로 자라났다. 이런 선택적 확장은 전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원발암의 세포들이 고르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원발암에서는 소수였던 특정 세포 무리가 전이된 곳에서는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색깔이 다른 원은 서로 다른 암세포 무리를 뜻하며, X는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 무리다. 수술 후 재발·전이 또한 세포 한 개가 아닌 여러 세포 무리가 함께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 다시 재발한 암에서도, 원발암을 이루던 여러 세포 무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암 재발은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암세포 하나가 시간이 지나 다시 자라기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원발암 세포 구성이 통째로 남아 있었다는 것은, 여러 세포 무리가 한 덩어리로 함께 빠져나가 자리를 잡는 '다클론성' 방식으로 재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항암치료가 암의 진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흔적도 확인됐다. 돌연변이는 원인에 따라 고유한 패턴을 남기는데, 담도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가 남기는 것으로 알려진 패턴이 전이·재발 병변에서 늘어난 것이다. 항암제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암세포가 그 흔적을 지닌 채 증식했다는 뜻이다.
김지원 교수는 “진단 당시 확인된 주요 유전자 변이가 재발·전이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은 진단 시점부터 정밀한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면서 “암의 진화 원리를 반영한 치료 전략으로 담도암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연구팀의 목표"라고 말했다.
나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담도암이 암이 되기 전 단계부터 전이·재발에 이르기까지 어떤 유전적 변화를 거치며 진화하는지 하나의 흐름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