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 영업시간 단축, 고객 시간도 중요하다

박지성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10.22 12:10
박지성 금융부 기자.

▲박지성 금융부 기자.

은행 점포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30분 늦춰질 전망이다. 은행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영업시간 조정으로 직장인과 학생 등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고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지만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각종 마감 업무와 고객 응대, 내부 보고가 이어진다. 정해진 퇴근 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현장의 호소에도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은행원들 역시 노동자로서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업시간 조정의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다. 은행 영업시간은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이나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 업무를 보고 때로는 회사에 양해를 구해 자리를 비운다.



학생들도 수업 시간과 은행 영업시간이 겹치면 창구를 찾기 어렵다. 개점 시간이 30분 늦춰지면 아침 일찍 은행을 이용하려던 고객들은 그만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은행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의 발달로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일은 과거보다 줄었다. 계좌이체와 공과금 납부 등 일상적인 금융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달라진 금융 환경에 맞춰 영업시간과 인력 운영 방식을 재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모든 금융 업무를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상담이나 복잡한 금융상품 가입, 각종 서류 확인 등은 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모바일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고객들에게는 영업점이 여전히 중요한 금융 창구다. 비대면 거래가 늘었다고 해서 대면 서비스의 필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은행은 일반 기업인 동시에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다. 수익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은행의 역할이다. 특히 은행은 영업시간을 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근무 여건뿐 아니라 고객들의 생활 패턴과 이용 수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근무 여건 개선과 고객 편의는 반드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점별 이용 수요에 따라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예약 상담과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대면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 않도록 상담 창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영업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기 전에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은행원들의 정시 퇴근을 보장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고객들의 시간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은행이 지켜야 할 것은 근무시간만이 아니다. 고객과의 접점, 그리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함께 지켜야 한다.



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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