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7년과 2023~2025년 핵심 계열사 비교
LG전자 매출 50%·영업이익 91% 증가…영업이익률 2.88%→3.69%
LG디스플레이는 흑자서 적자로…LG화학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 하락 교차
적자사업 철수는 성과…그룹 전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그래픽=전지성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무엇을 새로 시작했느냐'보다 '무엇을 그만뒀느냐'에 있다.
LG전자는 26년간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을 2021년 종료했다. 연료전지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LG화학은 편광판과 수처리필터 등 비핵심 사업을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도 LCD 생산을 줄이며 OLED 중심으로 구조를 바꿨다.
이러한 선택은 구 회장이 강조해온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다만 적자사업을 정리한 사실과 그룹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됐는지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LG전자에서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은 취임 전보다 낮아졌다.
본지는 공시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구 회장 취임 전후 LG 핵심 계열사의 성장성·수익성·재무건전성·현금창출력·투자효율·주주가치를 분석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특정 연도의 변동을 줄이기 위해 취임 전인 2015~2017년과 코로나19·공급망 혼란 이후인 2023~2025년의 3개년 평균을 비교했다.
LG는 2021년 LX그룹 계열분리와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거쳤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사업 범위 변경과 내부거래에 따른 왜곡이 발생한다. 이번 편은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대표 계열사의 연결재무제표를 각각 분석했다. LG화학 수치에는 연결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 LG전자 매출 50% 늘고 영업이익은 91% 증가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의 재무 성과는 개선됐다.
LG전자의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57조8000억원이었다. 2023~2025년 평균은 약 86조4000억원으로 4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1조6700억원에서 3조1800억원으로 91.1% 늘었다.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2.88%에서 3.69%로 0.80%포인트 높아졌다. 외형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컸다는 점에서 사업구조 개선 효과가 확인된다.
다만 현대차처럼 이익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은 아니다. 2025년 LG전자는 역대 최대인 89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전년보다 27.5% 감소했다. TV를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적자와 물류비·마케팅비 부담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LG전자 실적 개선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한 결정은 휴대전화 사업 철수다. LG전자 모바일사업은 2015년 2분기 이후 20개 분기 넘게 적자를 이어갔고 누적 영업손실은 약 5조원에 달했다. 사업을 유지하는 동안 연구개발비와 마케팅비가 계속 투입됐지만 시장점유율을 되찾지 못했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뒤 2021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매각이 아니라 종료를 선택해 브랜드와 특허 등 핵심 자산은 남기고 인력은 다른 사업부에 재배치했다. 장기간 누적된 손실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스마트폰 철수 이후 LG전자는 생활가전과 냉난방공조, 구독서비스, 전장과 웹OS 플랫폼 등으로 자원을 돌렸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제품과 구독서비스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했고 전장사업은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휴대전화 사업을 더 일찍 정리했다면 누적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다만 구 회장 취임 후에도 회생 가능성을 검토한 뒤 3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전 경영진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디스플레이·화학은 취임 전보다 수익성 악화
LG전자만으로 그룹 전체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자와 함께 LG의 양대 축을 이루는 화학·디스플레이 부문의 수익성은 취임 전보다 낮아졌다.
LG디스플레이의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2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6.53%였다. 2023~2025년에는 연평균 매출이 약 24조6000억원으로 10.8% 감소했고 연평균 85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개년 합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3.46%다.
2023년 2조5100억원, 2024년 561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지만 취임 전의 이익 규모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LCD 공급과잉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는 디스플레이업계 전체에 나타난 외부 변수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고 OLED 중심으로 전환한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대규모 OLED 투자가 장기간 손실과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 시기와 속도가 적절했는지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LG화학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2015~2017년 연평균 매출은 약 22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5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0.13%였다.
2023~2025년 연평균 매출은 약 49조9000억원으로 12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5300억원으로 32.0%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06%로 7.07%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수치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연결 자회사로 포함돼 있어 취임 전 LG화학과 사업구조가 동일하지 않다. 그럼에도 배터리사업의 급성장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다는 사실은 외형 확대만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불황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2025년 매출 45조9300억원과 영업이익 1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 수준이다. 기초소재 호황의 혜택을 받았던 취임 전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배터리와 첨단소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도 기존 수익성을 대체할 이익원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 '잘 버린 경영'은 확인…남은 사업의 경쟁력은 엇갈려
구 회장 체제에서 확인되는 가장 분명한 성과는 부진 사업을 계속 끌고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대전화와 태양광처럼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추가 손실을 차단했고, 인력과 자본을 가전·전장·배터리·AI에 집중했다.
LG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취임 전보다 증가한 것은 이러한 사업 재편의 성과를 보여준다. 휴대전화 사업 철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냉난방공조와 구독, 전장 등 새로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할 여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전체가 더 높은 수익성을 갖게 됐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흑자 전환에도 취임 전보다 수익성이 크게 낮고, LG화학은 배터리 연결 효과로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화장품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며 과거의 높은 수익성을 잃었다.
업황 효과도 분리해 봐야 한다. 중국발 공급과잉은 국내 디스플레이·석유화학업계에 공통적으로 작용했고 전기차 수요 둔화도 글로벌 배터리업체 전체가 겪은 문제다. 반대로 코로나19 시기 가전 수요와 물류비 정상화는 LG전자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본 구 회장의 첫 번째 성적표는 '적자사업 정리는 성공, 핵심 사업 수익성 회복은 혼재'로 정리된다. 구조적 손실을 끊어낸 판단력은 확인됐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키운 배터리·전장·AI가 투입한 자본만큼 이익을 내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