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9% 상승 마감
4거래일 만에 ‘매수 사이드카’ 발동
삼성전자 4.23%·SK하이닉스 5.18%↑
앤트로픽 ‘매출 급증’ AI 수익화 기대
IPO 최대 2조달러 몸값 도전
수천억달러 인프라 투자 약정은 부담
▲2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68.87포인트(3.09%) 오른 5638.34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쟁 속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뒷받침할 수요와 자금력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났다. 다만 매출 급증에도 막대한 투자 약정과 손실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AI 산업을 향한 낙관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8.87포인트(3.09%) 상승한 5638.34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매수세가 몰리며 지수는 5658.65까지 올랐고, 오전 10시13분에는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910억원, 282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은 9490억원을 순매도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하루 단위로 등락이 뒤바뀌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날 반등 역시 투자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기보다는 AI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 창출 능력을 둘러싼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4.23%, SK하이닉스는 5.18%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5일 하루 만에 11.06% 급락하며 120만원대로 밀렸으나, 이날 9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130만원대를 회복했다. SK스퀘어와 삼성전기도 각각 7.67%, 7.42%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KB금융, 삼성생명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6.62포인트(2.29%) 오른 743.83에 마감했다.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 컴퓨팅 비용당 매출 5배↑...AI 수익화 기대 커졌다
▲앤트로픽.
증시 반등의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 관련 증권신고서가 있다. 시장은 이번 신고서를 통해 AI 서비스의 매출 성장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가늠할 단서를 얻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관련 장비에 대한 투자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던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 최대 2조달러를 인정받고 1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사될 경우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수 있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자금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투자 열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도 매출 증가율이 1000%를 웃돌았다. 그러나 분기별 성장 속도는 최근 둔화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는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올해 2분기 약 140%에서 3분기 45%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손익 지표 역시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약 42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724억달러는 전환사채와 파생상품 등의 가치 변동에서 발생한 회계상 손실이다. 실제 영업손실은 6억9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줄었으며, 일부 비용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8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16억2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비용 대비 매출 창출 능력이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컴퓨팅 비용 1달러당 매출액이 지난해 1분기 0.4달러에서 올해 2분기 2.1달러로 늘어난 데다,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 매출 10만달러 이상을 기록한 고객이 1만1900곳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기존 고객 매출유지율도 약 900%에 이르러 기업 고객의 AI 서비스 이용과 지출 확대가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분석했다.
◇ AI '인프라 투자' 지속할 수 있나...앤트로픽 IPO의 변수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반면 향후 투자 부담은 여전히 막대하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이 아마존과 구글 등 협력사들과 맺은 컴퓨팅 관련 계약 규모가 6000억달러를 웃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컴퓨팅 및 인프라 용량 확보 관련 투자 약정 규모도 지난해 말 이후 4170억달러에 달한다. 계약 기간은 1년에서 최장 20년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약정은 앞으로 AI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다. 현재의 투자 규모를 정당화하려면 기업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비용을 지출하는 수준까지 수요가 커져야 한다. 기술 발전 속도와 별개로 시장의 지불 의사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인프라 투자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타이거브로커스의 제임스 우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앤트로픽의 신고서가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앤트로픽은 IPO를 통해 조달할 자금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6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120억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현금 보유가 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재무적 여력을 보여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지금의 기업가치와 연결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는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누구도 5년 뒤 AI 기업의 매출 규모를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성장률만으로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IPOX의 루카스 뮐바우어 리서치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IPO는 주요 AI 개발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확립할 것"이라며 “향후 다른 기업들의 상장뿐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